벨기에 군용기엔 0명…우리 軍은 391명, 작전명 '미라클' 통했다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21.08.26 09:27

[the300]미군 도움 '버스투입'이 결정적…아프간 조력자 391명 오늘오후 인천공항 입국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5일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한국으로 이송될 아프간인들이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 활동을 지원해 온 현지인 직원과 가족 380여명은 2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사진=외교부 제공) 2021.08.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우리 정부에 협력하던 아프가니스탄인들과 그 가족들이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가운데, 이들의 긴박했던 아프간 탈출 성공 이야기가 전해진다. 아프간 조력자 철수는 당초 미군 철수 즈음부터 고려됐는데, 현지 사정 악화로 숨 가쁘게 전개됐다.

현지 아프간 조력자 철수는 미군 철수 결정 이후 초기부터 고려됐던 사안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도 현지 조력자 철수에 나섰던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아프간 조력자 이송을 8월 초부터 준비, 이달 말께 이송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탈레반의 카불 장악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먼저 현지 교민과 주아프간 한국대사관 철수가 이뤄졌다. 대사관 철수 결정이 지난 15일 있었고, 17일 새벽 마지막 남은 교민 1명과 공관 인원들이 완전히 철수했다. 동시에 정부는 아프간 조력자 철수를 위한 전 방위 노력을 전개했다. 미국 등 주요 우방국은 물론 카타르, 터키, 파키스탄 등 주변국과 접촉해 우리 이송 계획 협조를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또 정부는 현지 조력자들에게 다양한 경로로 이송 계획을 전했는데, 등록 대상 인원은 427여 명이었지만 최종 391명 철수가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대상 인원 중에는 5세 미만 영유아가 100여 명에 이르러 이송 과정에 분유 등 지원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번에 철수하지 않은 30여 명은 잔류 또는 제3국행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철수 작전의 가장 큰 문제는 '공항 접근'이었다. 탈레반이 장악한 카불 현지에서는 검문소 설치 등 통제가 이뤄졌고 진입 차단, 안전 문제 등 우려가 상당한 상황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공항에 피난 인파가 몰려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혼란도 상당했다. 정부는 외국 민간 전세기를 활용한 철수를 추진했으나, 민항기 취항이 어려워져 군 수송기 3대를 투입키로 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5일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한국 외교관이 한국행 아프간인들을 찾고 있다 .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 활동을 지원해 온 현지인 직원과 가족 380여명은 2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사진=외교부 제공) 2021.08.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공항 접근 문제는 우리 외 현지인 철수를 고려하는 모든 나라에 해당하는 애로사항이었다. 앞서 독일 정부도 현지 조력자들 800명의 수송을 위해 수송기를 카불로 보냈으나 대부분의 인원이 공항으로 오는데까지 실패하면서 10명 규모밖에 이동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벨기에 정부는 한명도 군용기에 태우지 못했다.

미국 주도로 열린 20개국 외교 차관 회의에서도 관련 호소가 이어졌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지난 22일 회의 이후 해결책이 보였다. 자력으로 공항에 집결하는 철수 방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버스를 활용해 공항으로 이송하는 제안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이들 중에서 가장 먼저 버스를 확보하고 버스 6대에 나눠 카불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진입하는 동안 탈레반군과 미군의 검문이 있었지만 미국의 협상으로 이들은 안전하게 공항에 진입할 수 있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와 관련해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미군과 탈레반 측의 협상이나 약속에 있는, 현지에서 거래할 수 있는 버스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세한 건 들어와서 이야기를 들어봐야 알겠지만, 미국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수석은 이번 작전이 성공한 데엔 '버스 투입' 방법이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박 수석은 "우리 정부가 현지에 버스 6대를 확보해 아프간인들 태우고 탈레반 검문소를 통과, 카불 공항에 도착한 과정에 대해 "그 부분을 가장 신경 썼고, 많은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6명은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공항에 집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만기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카불 공항 내외로 2만여 명의 인원들이 혼잡하게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공항 게이트가 몇 개 있는데 그 게이트로는 정말 들어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첫날 작전을 하는데 사실 그쪽으로 기기 안으로 들어온 인원이 총 26명이 밖에 안 돼서 정말 걱정을 아주 많이 했다"고 전했다.

앞서 선발대로 가족들과 공항에 도착했던 한 여성은 "공항에 도착하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고 우리는 정말 좁은 길들을 통해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면서 "큰길로 진입하면 탈레반 검문소를 마주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고위 당국자는 "굉장히 효율적으로 움직여서 거의 100% 가깝게 원하는 사람은 다 집결지에 모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작전에 참여했던 국방부 당국자는 "이번 작전 명칭은 기적이란 의미의 '미라클'"이라며 "첫 번째 의미는 조력자들의 목숨을 담보한 상태에서 희망을 이뤄냈다는 기적의 의미이고 두 번째로는 한국에서 아프간까지 거리가 9000km 이상이 된다. 이렇게 거리가 있는 적지에 들어가는 작전해본 적 없어서 우리로서도 성공적 작전 기원하는 의미에서 '미라클'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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