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 멱살잡이식으론 안된다[광화문]

머니투데이 진상현 산업1부장 | 2021.08.27 04:50
20대 대통령 선거를 6개월여 앞두고 정치권이 달아오르고 있다. 각 당의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이 진행되는 가운데 비방전이 가열되면서 강조되고 있는 것이 '원팀'이다. 여당은 정권재창출, 야당은 정권교체라는 대의 아래 뭉쳐야 하지만 당장 내가 후보가 되겠다는 욕심을 억누르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원팀'은 대선 승리를 위한 필수요건이다. 당력을 집중해도 될까말까한데 내부 분열로 에너지를 낭비해선 필패다.

'원팀'이 중요한 건 대선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2050 탄소중립' 목표도 그렇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온실가스 순배출량은 6억8630만톤. 이를 '0'으로 만들어야 한다.

얼마나 어려운 목표인지는 탄소중립위원회가 이달 초 제시한 시나리오 초안을 보면 알 수 있다. 2018년 기준 전체 온실가스 순배출량의 37%인 2억6960만톤를 차지한 발전분야의 경우 아직 한자릿수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70.8%까지 높여야 한다. 현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과 LNG발전은 아예 없애고 원자력 발전 비중도 6.1%까지 낮춰야 한다. 2억6050만톤(36%)을 차지한 산업 부문도 2050년까지 순배출량을 5310만톤으로 79.6% 줄여야 한다. 다배출 업종 중 철강산업은 95%, 시멘트는 55%, 석유화학 및 정유는 73%를 감축해야 하는 처지다.

풀어야할 숙제가 어마어마하다. 철강산업은 철광석을 녹이는 코크스 생산용 유연탄을 수소로 100% 대체해야 한다. 이 수소환원제출 기술은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한 단계다. 시멘트와 석유화학·정유도 친환경 연료 및 원료로의 대전환을 전제로 한다. 역시 경제적, 기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과제들이다. 발전분야도 신재생에너지 비중 증가에 따른 원가 상승을 감내해야 하고 전환 과정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담보해야 한다. 이렇게 줄여도 남는 순배출량은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로 없애야 한다. 이 기술 역시 개발 중이다. 2050년까지 29년의 시간이 남아있다지만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불확실성이 도처에 넘쳐난다.

탄소중립은 개별 기업이나 정부, 국회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업 등 민간 부문은 전향적인 자세로 모든 역량을 투입해야 하고 정부와 국회는 규제 완화, 기술개발 등에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탄소국경세 등 글로벌 규제에 따른 우리 경제의 충격도 방어해야 하고,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글로벌 협력 프로젝트에서도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민들도 착한 소비로 우리 경제의 탈탄소 대전환에 힘을 실을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전체가 '원팀', 하나가 되지 않으면 이루기 힘든 목표다.


원팀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의 목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소통이다. 정부나 기업 모두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문제는 소통과 신뢰다.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탄소중립기본법에 재계가 반발하고 있는 기저에도 소통과 신뢰 부족이 있다. 법안에는 2050년으로 가는 중간 지점인 2030년 기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기존 2018년 대비 26.3%에서 35%로 8.7%포인트 높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업들은 35%라는 목표 자체도 과도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의 공감대가 없는 상황에서 중간 목표치가 법안에 명시됐다는 점을 우려한다. 무엇보다 탄소중립위원회가 이달초 감축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하고 의견수렴에 나서겠다고 밝힌지 3주 밖에 안된 시점이다. 위원회는 초안 발표 당시 의견수렴 기간을 8,9월 두달로 잡았다. 내년 출범할 새 정부의 정책 방향, 탈원전 기조 유지 여부 등 안그래도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이다. 멱살잡이로 끌고 가려해선 기업들의 반발이 클 수 밖에 없다.

기업들이 모두 공감하는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재정적으로, 기술적으로, 외교적으로 불확실한 것이 너무 많다. 그렇더라도 충분한 소통, 약속한 최소한의 소통은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뢰는 깨지고, 대선 후보들간의 난타전 처럼 '원팀'은 물건너가고 만다. 탄소중립의 꿈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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