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국민 소득 3만달러 시대를 맞아 선진국 반열에 오른 만큼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상당하다. 교육, 의료, 금융, 관광, 정보기술, 전시, 유통, 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 산업이 발달해 있다. 전체 부가가치의 60%와 고용인구의 70%를 차지할 정도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에서 서비스 산업의 위상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제조업 생산성은 2018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회원국 중 8위로 높았으나 서비스 산업은 28위에 그쳤다. 부가가치 기준 국가별 비중도 2019년 62.4%에 그쳐 세계적 서비스 강국인 미국에 18%, 이웃나라 일본에 7%나 뒤쳐져 있다.
발전적 관점에서 볼 때 현 상황은 한국 서비스 산업의 발전 여지가 그만큼 크다고 볼 수도 있다. 만약 민·관이 협력해 서비스 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육성된다면 부가적으로 경제 성장률 1% 이상, 일자리 150만개 이상을 창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현재 각종 규제 난립, 컨트롤타워 부재 등 서비스 산업의 본격적인 육성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가 부족한 상태다. 특히 한국 서비스 산업은 K-팝, K-푸드, K-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역량과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기본법조차 없다는 것은 큰 문제다.
기본법이 중요한 이유는 기본법 없이는 산업의 체계적 육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간 한국 서비스 산업은 개별 기업 또는 업종별 협·단체 차원의 노력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현대에는 산업의 발전이 제조업-서비스업, 서비스업-서비스업 등과 같이 업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융복합을 통해 이뤄진다. 민간 차원에서의 개별적인 노력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으며 반드시 육성법에 근거하여 국가를 전체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종합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는 법이 없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다. 서비스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인프라를 육성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 계획을 수립·시행하는 주체는 정부일 수밖에 없다. 법이 있어야만 이를 근거로 민·관이 협력할 수 있다.
한국서비스산업총연합회는 10여년 전부터 '서비스 산업 발전 기본법' 제정을 국회에 요청해 왔다. 하지만 법 제정의 취지나 중요성에 대한 견해 차이로 아직까지도 법이 제정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경제를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놓친 것이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기본법 제정에 대해 여·야가 모두 찬성하고 있고, 기획재정부에서 적극적인 준비와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상품 무역보다 서비스 무역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글로벌 경쟁 시대이자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적응 역량이 경제의 성장과 쇠락을 좌우하는 엄중한 현 상황에서 서비스 산업은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해법이 될 수 있다.
서비스 산업 발전 기본법이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그래야 제조업이 주도해온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서 서비스 산업의 가세로 5만달러 시대에 진입하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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