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었으니 집에 가라"…女앵커 해고한 탈레반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21.08.21 00:38

아프간 국영방송 여성 언론인 잇단 해고…한 통신사 여기자 18명엔 '재택' 지시

아프가니스탄 국영방송 RTA 앵커 겸 기자 샤브남 다우란(왼쪽)과 앵커 메르 무살 아미리 / 다우란 트위터·아미리 인스타그램 캡처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여성 언론인을 해고하고 재택근무 명령을 하는 등 노골적으로 억압하고 있다. 여성들의 외출과 교육, 사회활동 등을 제한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잔인한 공포정치를 펴고 있는 것이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국영방송 RTA 간판 앵커이자 기자인 샤브남 다우란은 "방송국 출입을 금지당했다"며 "정권이 바뀐 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출근했는데 출입증을 제시해도 사무실로 들어갈 수 없었다"고 밝혔다.

텔레반은 "정권이 바뀌어서 당신은 더 이상 일할 수 없다"며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고 다우란은 전했다. 그는 "생명을 위협받고 있으니 세상이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며 트위터에 영상을 올렸다.

같은 방송국 앵커인 메르 무살 아미리 역시 화장을 하고 히잡 착용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위협받았다. 방송국 본부 스튜디오에 침입한 탈레반 무장대원들은 아미리에게 "집에 머물고 돌아오지 말라"고 명령했다.

아미리는 "오늘 TV를 보는데 수염을 기른 남자들이 종교와 샤리아법에 대해서만 이야기했고 이 세상에 여성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며 "민주주의는 끝났으며 특히 여성들의 미래는 어둡다"고 말했다.


RTA 또 다른 여성 앵커인 사하르 나사리는 카불 시내에서 취재 도중 탈레반 대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 방송국 기자 카디자 아민 역시 회사로 출근했지만 사무실로 들어가지 못했다.

파즈와크 통신사 소속 여성 기자 18명은 동시에 재택근무 지시를 받았다. 탈레반이 여성의 직업 관련 규정을 정할 때까지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강요했다.

앞서 지난 17일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가 방송사 여성 앵커와 인터뷰를 통해 "여성들은 일하고 공부할 수 있으며 이슬람 틀 안에서 사회생활도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다른 것이다. 대변인 인터뷰 당일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했던 한 여성이 총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베스트 클릭

  1. 1 [단독]구로구 병원서 건강검진 받던 40대 남성 의식불명
  2. 2 박지윤, 상간소송 와중에 '공구'는 계속…"치가 떨린다" 다음 날
  3. 3 [단독] 4대 과기원 학생연구원·포닥 300여명 일자리 증발
  4. 4 중국 주긴 아깝다…"통일을 왜 해, 세금 더 내기 싫다"던 20대의 시선
  5. 5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쯔양 복귀…루머엔 법적대응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