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참사 때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와 떡볶이 먹방을 찍은 사실이 드러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쿠팡 화재 참사를 보고 받고도 유튜브 촬영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요구에도 이 지사는 화재 진압에 "최선을 다했다"며 버티고 있다. 과거 세월호 참사 당시 이 지사의 발언이 뒤늦게 부각되면서 역풍까지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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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대원 실종된 날, 황교익과 떡볶이 먹방━
그러나 같은 시각 경기도 이천에서는 쿠팡 물류센터 화재 진압이 한창이었다. 게다가 화재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 김동식 구조대장이 정오쯤 동료들과 물류센터에 진입했다가 실종된 상태였다. 김씨는 실종 48시간여 만인 19일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지사는 당시 화재 상황을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떡볶이 먹방 촬영을 마치고 이튿날 새벽 화재 현장에 도착했다.
이 사실이 지난 20일 알려지면서 여야 모두 비판하고 나섰다. 이 지사가 사과는커녕 지사로서 최선을 다했다는 식으로 해명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이 지사는 이날 '제20대 대선 경선 후보자 메타버스 캠프 입주식' 행사 직후 기자들에게 "현장에 재난본부장과 안전본부장이 있고 내가 부지사를 파견하고 현장 상황을 다 체크하고 있었다. 그날 밤늦게 경남 일정을 포기하고 새벽에 도착해서 현장 일정을 충분히 (소화)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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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에서도 "머리 숙여라", 진중권 "쉴드 불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 지사의 사과를 촉구했다. 경기도측이 "화재 발생 즉시 현장에 반드시 도지사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라고 해명한데 대해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교묘한 말장난"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누구도 '화재 발생 즉시 현장에 반드시 도지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시점이 떡볶이 먹으며 히히덕 거릴 시간은 아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이 지사에 "이건 쉴드를 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랠리를 길게 끌고 가야 좋은 것 하나도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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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적은 이재명?…세월호 발언 소환━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희숙 의원은 이날 경기도측이 "국민 안전 문제를 정치 공세의 대상으로 삼지 말라"고 반발한데 대해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그렇게 우리고 또 우려먹은 장본인이 어떻게 감히 그런 소리를 하느냐"며 "'구조대장이 창고에 갇혀 생사불명'이라는 보고를 받으셨으면 떡볶이를 입에 물고라도 달려갔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또 다른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도 "세월호 7시간 동안 뭐 했느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무유기와 업무상 과실치사로 고발한 사람이 이재명 지사였다"며 "그런데 이천 화재 때 정작 본인은 떡볶이 먹방 유튜브를 찍으면서 파안대소했다. 직무유기와 업무상 과실치사도 내로남불이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뉴스1과 통화에서 자신을 박 전 대통령과 비교하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현장에 가서 배를 타고 지휘했어야 한다는 얘기와 비슷하다"고 반박했다. 보고를 받고 있었고, 적절한 지시를 하고 있었으므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지사의 해명을 두고는 논란의 핵심을 비켜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은 '경기도지사'가 경기도에서 일어난 대형 재난 사고에도 불구하고 '경남 마산'에서 큰 의미없는 일정을 소화한 태도와 공감능력 결여에 있는데 이 지사가 이 점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 가족이 모인 현장에서 컵라면을 먹었다는 이유로 경질된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의 케이스와도 대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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