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의 연이은 추락에 망연자실한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3300선을 바라보던 지수는 2주 만에 3100선이 무너졌다. 3000선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증시 전문가들마저 주식보다 '현금 보유'를 권하고 있다.
향후 반등 추이를 두고서도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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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만에 3000선 내려앉은 코스피━
증시 급락을 이끈 주체는 외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단순히 업황 문제뿐만 아니라 패시브 자금 추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은 지난 9일 이후 이날까지 9거래일 연속 코스피 순매도를 이어갔다. 이 기간 외인 순매도 규모는 8조2546억원에 달한다. 특히 반도체 업황 고점 우려가 불거지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에 매도가 집중됐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국내 증시에서 팔고 있는 외국인의 약 80%가 패시브 자금"이라며 "국내 반도체 다운사이클 우려도 있지만, 이머징 마켓 전체로 보면 펀드의 아웃플로우(유출)이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이머징마켓 비중이 35%에 달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지금처럼 정치가 시장을 지배하는 행보를 보인다면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며 "불안감을 느낀 외국인의 이머징마켓 펀드를 환매한다면 국내 증시도 휩쓸려 매도가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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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처럼 반등할 것" VS "싼 데 못 올라가면 이유 있다"━
반등 추이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으로 나뉜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1200선 근처까지 온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수출 회복 및 경기 상황 등에 빗대어 볼 때 비정상적"이라며 "달러의 영향이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4원 오른 1179.6원에 마감해 종가 기준으로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는 "현재 환율은 원화 자산 저평가를 보여주며 그 상태에서 시장 붕괴 위험은 크지 않다"며 "지난 3월에도 환율이 1140원까지 치솟았다가 진정되면서 시장이 다시 3300을 시도했는데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적어도 9월 말이나 10월 초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비관론도 나왔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급락은) 반도체만의 문제가 아닌 반도체 먼저의 문제"라며 "4분기 및 내년 이익 전망치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꺾인 점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는 3분기까지야 실적이 좋겠지만 내년의 숫자(기대치)가 너무 높아 보이는 것"이라며 "다들 '싸다'고 말하지만 기대값부터 먼저 내려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싼 데 못 올라간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윤 센터장은 "9월 말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나 10월 초 삼성전자 잠정실적 등이 나와야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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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보다는 현금 비중 높여야…"반등시 매도 노려라"━
센터장들 상당수는 주식보다는 현금 비중을 높이라고 조언했다.
윤 센터장은 "12개월 선행 PER(주가이익비율) 기준으로 '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보통 전환기나 조정장일 때 나오는 얘기"라며 "싼 데 못 올라간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금은 '하락 시 매수'가 아니라 '반등 시 매도'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이 조정을 받는 근본적인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았다"며 "주식을 100% 채워서 하기 보다는 현금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좀더 버티라'는 의견도 있었다. 오현석 센터장은 "현금 보유자들은 조금 더 관망하며 지수 지지력을 확인한 뒤 매수 타이밍을 저울질할 것을 추천한다"며 "주식 투자자들은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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