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좋아하나..?' 뚫어져라 쳐다보던 편의점 직원의 비밀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 2021.08.21 05:30

[이재은의 '똑소리']편의점 객층키 눌러야 계산 가능…성별·연령대별 판매데이터 수집

편집자주 |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똑소리'는 소비자의 눈과 귀, 입이 되어 유통가 구석구석을 톺아보는 코너입니다. 유통분야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똑소리나는 소비생활, 시작해볼까요.

/사진=이미지투데이
집 바로 앞엔 두 개의 편의점이 있다. CU와 세븐일레븐이다. 그런데 편의점을 갈 때마다 언젠가부터 신경이 쓰였다. 두 곳 모두 내 나이 또래 근무자들이 일하는데, 이들은 한참 핸드폰을 들여다보거나, 열심히 일을 하다가도 내가 매장에 들어서면 잠시 일을 멈추고 나를 쳐다봤다. 매장을 찾을 때마다 쳐다보니 절로 신경이 쓰였다. 심지어 계산할 때도 바코드를 찍다 말고 잠시 나를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혼자 여러 상상을 하며 지내던 중, 한 편의점 관계자로부터 '객층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서야 그 시선의 이유를 알게 됐다. 그는 "근무자에 따라 다르지만, 열심히 일하는 근무자들은 객층키를 꼬박꼬박 누른다"고 설명했다. '객층키라니?'

'객층키'란 고객의 층별(성별, 연령별) 데이터를 입력하는 키(key)를 가리킨다. 편의점들은 고객의 연령이나 성별에 따라 어떤 물건을 언제, 얼마나 많이 구입하는지 전산으로 통계를 내기 위해 흔히 포스(POS)라 부르는 판매시점관리시스템에 객층키를 두고 있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는 점포 맞춤형 컨설팅, 신상품 및 서비스 개발, 타깃 마케팅 등에 활용한다.

계산 전후로 객층키를 눌러야만 계산이 완료되기 때문에 편의점 근무자들은 꼭 객층키를 누른다. 성실한 근무자들의 경우 객층키를 누르는 걸 잊어 계산에 지장이 있을까봐,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고객을 살피고 미리 눌러두기도 한다. 그의 설명을 들은 뒤 우리 집 근처 편의점 근무자들이 얼마나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됐다.
편의점 POS(포스)기기 별 객층키 예시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객층키는 매우 다양하게 나뉘어져있다. 고객을 세분화시켜 구분할수록 구매 데이터도 자세하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 편의점의 경우 객층키는 △어린이男 △어린이女 △중고생男 △중고생女 △젊은男 △젊은女 △중년男 △중년女 △외국인 △노인 등 총 10개로 나누어져 있다. 계산 전후로 객층키를 눌러야 계산이 완료되기 때문에 고객의 모습을 살피는 편의점 근무자가 많은 것이다. 상품에 따라 객층키를 잘못 누를 경우 '팝업 경고창' 등이 떠서 계산을 진행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예컨대 어린이나 중고생 객층키를 누르고서는 술이나 담배 등의 계산을 완료할 수 없다.

문제는 이처럼 객층키를 누르는 데에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점주들은 근무자들에게 "객층키는 그냥 대충 아무거나 누르라"고 가르치기도 한다. 실제 "외국인 객층키만 누른다"거나 "노인만 누른다"는 근무자가 적지 않다.

따라서 객층키로 얻은 데이터에 대해 편의점 업계는 신빙성을 의심해왔다. 분명 성별, 연령별 타깃 마케팅이나 신제품 출시 등을 위해선 데이터가 필요한데 객층키 데이터의 신빙성이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어서다.


이에 따라 이전엔 편의점 업계 전체가 객층키를 활용해왔다면, 최근 수년간은 각 업체별로 객층키 활용 방침을 바꿨다. CU와 세븐일레븐은 여전히 객층키를 운용해 계산을 위해선 꼭 객층키를 눌러야하지만, GS25와 이마트24는 객층키를 운용하지 않는다. 이마트24는 인수 전의 편의점 체인 '위드미' 때부터 객층키를 사용하지 않았고, GS25는 수년전까진 객층키를 운용해왔지만 최근엔 사용하지 않고 있다.

CU는 객층키 데이터와 멤버십을 비교해 신빙성이 있는 객층키 데이터만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CU 멤버십 '포켓CU'를 이용하는 사용자 1600만명으로부터 얻은 데이터와 객층키 데이터가 유사한 경우, 객층키 데이터를 활용한다. 멤버십 앱과 차이가 큰 데이터는 신빙성이 없다고 보아 활용하지 않는다. CU가 아직도 객층키 데이터를 일부 이용하는 건 객층키 데이터가 멤버십에 비해 데이터 연령대가 다양하고, 모수도 매우 크기 때문이다.

GS25와 이마트24는 객층키 데이터를 전면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멤버십 등으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들은 현장에서 "객층키가 일하는 데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 없앴다고 했다.

GS25는 자체 멤버십 GS&POINT 데이터를, 이마트24는 이마트24앱 가입자 데이터를 이용한다. GS25 관계자는 "GS&POINT 누적 회원수는 1630만명인데, GS25 객층별 구성비가 △20대 27.9% △30대 24.2% △40대 25.8% △기타 22.1% 등 연령별로 고르게 나타나 이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마트24는 더 정확한 판매 데이터를 얻기 위해 신용카드사와 MOU(업무협약)을 맺어 결제 데이터를 받고 있다.

만일 근무자가 당신을 자세히 쳐다본다면, 대부분의 경우 객층키를 누르기 위해 성실히 일하는 근무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객층키는 편의점 뿐만 아니라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점이나 올리브영 등 H&B(헬스앤뷰티) 스토어 등 유통업계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2. 2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3. 3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4. 4 갑자기 '쾅', 피 냄새 진동…"대리기사가 로드킬"
  5. 5 예약 환자만 1900명…"진료 안 해" 분당서울대 교수 4명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