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 주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는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면서 시작된 현지 한국대사관 공관원과 '마지막 교민' 1명에 대한 대피작업과 관련, "15일 저녁부터는 총소리도 계속 들렸다"며 긴박한 상황을 묘사했다. 최 대사를 포함한 우리 공관원들은 우방국의 도움으로 현지시간으로 지난 17일 새벽녘에 군용기를 탔다. 본격적으로 아프간 탈출을 모색한 건 지난 15일 오전이었다. 당시 외교부와 화상회의를 하던 중 현지 경비업체로부터 '긴급 보고'를 받게 된다.
그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우방국 대사들 3~4명하고 다시 전화통화를 시도했다"며 "통화한 사람들 대부분이 '지금 정말 급한 상황이다 빨리 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바로 장관에게 보고하고 철수하라는 지시를 받고 철수를 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마지막까지 현지에 잔류하려던 교민 1명은 공습경보가 울리는 등 급박한 상황 변화와 자신을 위해 남은 최 대사와 공관원들의 지속적인 설득 작업에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최 대사는 "(마지막 교민은) '나도 철수하겠다. 대사관분들께 미안하다. 여러분이 남아서 고생하는 거 보니 미안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15일 저녁부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민간공항에 있던 군중들이 민간기에 매달리는 등 공항 전체가 혼란에 휩싸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사는 "우방국 헬기가 계속 공항 위를 맴돌면서 상황 경계를 하고, 흔히 영화에서 봤던 전쟁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대사는 "16일 아직 철수하지 못한 우방국 등 각국의 여러 시민들을 철수시키는 회의가 세차례 소집이 돼 있었다"며 "회의에 참석해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가야할 거 같았다. 먼저 교민을 보내고 저를 포함한 직원 3명은 16일까지 남아있기로 했었다"고 했다.다음날 민간공항 쪽에 들어왔던 군중들이 군활주로까지 들어오는 등 바로 군항기가 이륙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17일 새벽 미군에 의해 현장이 정리됐고, 교민을 보호할 목적으로 최 대사를 비롯한 공관원들은 같은 군용기를 타고 아프간을 나오게 됐다.
현지시간 17일 아프간 북동부 타하르주 주도 탈로칸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를 안 입고 거리에 있다가 탈레반의 총격을 받았다고 미국 폭스뉴스는 전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이후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선언한 당일이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주변에서 탈레반이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시민들이 모인 공항 주변에서 총, 채찍, 칼 등을 꺼내 들고 여성, 어린이를 포함한 시민을 폭행했다고 보도했다. 관련 사상자 수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여기서 탈레반이 사격을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외교부는 19일 최종문 제2차관이 전날 오후 10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장관 주재로 개최된 20개국 외교차관 전화 회의에 참여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아프가니스탄의 조속한 평화와 안정, 자국민의 안전한 귀국을 위해 국제사회가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아울러 이를 위해 수시로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이번 전화 회의에는 미국·캐나다·일본·호주·인도·영국·독일·프랑스·네덜란드·이탈리아 등의 외교차관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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