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강' 미국은 왜 아프간에서 패배했나 [특파원칼럼]

머니투데이 뉴욕=임동욱 특파원 | 2021.08.20 04:51
최근 미국의 주요 언론들의 헤드라인 뉴스는 단연 '탈레반'이다.

미국은 20년간 아프가니스탄에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부었고 이 과정에서 미군 23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오랜 시간에 걸친 엄청난 희생에도 불구하고 결국 '헛수고'가 됐다는 현실에 미국인들은 허탈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미군 철수 결정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자신의 결정에 후회가 없다고 밝혔다. 혼란과 희생이 불가피함을 알고 있었지만, 이제 단호하게 '단절'해야 할 시간이 왔다는 것이다. 연설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돌아선 바이든 대통령의 뒷모습은 왠지 힘겨워 보였다.

미국은 왜 아프가니스탄을 '손절'해야 했을까. 아무리 물심양면 지원해도 이곳에선 답이 안 나온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에이미 추아 예일대 로스쿨 교수는 저서 '정치적 부족주의'에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인들에게 탈레반은 그저 여자아이들이 학교 가는 것을 금지하고 예술을 파괴하는 극단적 무장 종교집단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추아 교수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실패한 핵심 원인을 '집단 정체성의 간과'라고 진단한다. 아프간에서는 집단 정체성이 '국가 대 국가'로서가 아니라, 민족과 부족을 기반으로 형성돼 있다는 분석이다. 아프간 내 4대 부족은 파슈툰족, 타지크족, 우즈베크족, 하자라족인데, 이들 사이에는 오랜 기간 적대와 반목의 역사가 있었다.

아프간은 200년 넘게 파슈툰족이 지배했는데 냉전 시기를 거치면서 타지크족과 우즈베크족의 연합세력이 권력을 차지하게 됐다. 이런 과정에서 탈레반이 등장했다. 탈레반은 대부분 파슈툰족이다. 파슈툰족의 지배력이 위험에 처했다는 위기 의식 속에서 탈레반이 힘을 키웠다.


친미반공 세력이 권력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에 1979년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하자 미국은 공산주의에 맞서기 위해 반소련 무장단체 무자헤딘에 은밀히 무기를 댔다. 이 무기는 나중에 탈레반의 무력 기반이 됐다. 1989년 소련이 철수한 이후 아프간은 수년간 내전에 시달렸고, 이 과정에서 탈레반이 권력을 쥐었다.

추아 교수에 따르면, 2001년 미국이 탈레반을 무너뜨린 이후 미국의 지원으로 세워진 정부는 파슈툰 사람들을 소외시키며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 텔레반에 찬성하지 않았던 사람도 파슈툰 사람이라면 일단 배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역설적으로 미국이 탈레반을 축출하자 부패와 무법천지가 되돌아왔다. 제대로 된 전투 한번 없이 탈레반이 순식간에 수도 카불에 입성할 수 있었던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이번 아프간 사태를 계기로 '주한미군'이 이슈가 되고 있다. 미국의 한 칼럼니스트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사건과 관련해 "만약 한국이 이처럼 지속적인 공격을 받는 상황이었다면 미국 도움 없이는 금세 붕괴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왜 이처럼 처참하게 '패배'했는지 원인도 모른 채 '미국의 힘'만을 자랑하는 무지(無知)가 놀랍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한다.

. /사진=임동욱

베스트 클릭

  1. 1 "임신한 딸이 계단 청소를?"…머리채 잡은 장모 고소한 사위
  2. 2 [단독]유승준 '또' 한국행 거부 당했다…"대법서 두차례나 승소했는데"
  3. 3 "대한민국이 날 버렸어" 홍명보의 말…안정환 과거 '일침' 재조명
  4. 4 "봉하마을 뒷산 절벽서 뛰어내려"…중학교 시험지 예문 논란
  5. 5 유명 사업가, 독주 먹여 성범죄→임신까지 했는데…드러난 '충격' 실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