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은 지난 연말 글로벌 MAU(월간활성이용자)가 7200만명을 돌파했으며, 유료거래액 8200억원을 달성했다. 픽코마는 지난해 3분기 거래액이 전 분기 대비 44%, 전년 동기 대비 247% 성장한 1300억 원을 기록해 전세계 만화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일본에서 트래픽과 매출 시장 1위를 차지했다. 대부분 국내 웹툰으로 이뤄낸 성과이다.
웹툰 콘텐츠가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콘텐츠로 옮겨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웹툰 데이터 전문 분석 서비스 웹인프로에 따르면 웹툰 원작 작품은 지난해 9월 기준 200편에 달했다. 이중 지난해 12월 공개된 네이버웹툰 원작의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은 공개 이후 나흘 만에 아시아, 북미, 유럽 등 70개국 이상에서 '오늘의 톱10'을 기록했다.
박석환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국내 웹툰이 미국이나 일본 만화에 비해 질적으로 높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작가들의 수준이 글로벌 마인드를 대변할 수 있을 정도로 올라섰다고 본다"면서 "최근 유명한 '전지적독자시점' 같이 웹소설로 시작했지만 웹툰으로 일본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작품이나 '나혼자만 레벨업' 같은 작품도 글로벌 공감이 가능해 다른 나라에서도 인기를 얻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국내 웹툰이 미국과 일본 만화의 형식적 장점을 두루 갖춘 점도 국내 웹툰의 성공 요인이라고 봤다. 그는 "미국의 코믹스는 내용은 짧지만 컬러라는 형식을 갖추고 있고, 일본의 만화는 흑백의 시리즈 연재물이라는 특성이 있다"며 "국내 웹툰은 이 두 가지 형식의 장점을 골고루 합치면서 글로벌 문화상품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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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윤태호 "웹툰이란 형식 기존 틀 허물면서 소재 풍성, 만화적 상상력이 시장 키워"━
그가 말하는 '만화적인 상상력'이란 어떤 소재라도 만화로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웹툰이 기존에 갇힌 형식을 깨자 소재가 다양해지고 시장도 빠르게 커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윤 작가는 "예전엔 만화를 하려면 그림을 잘 그리는 능력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전문적인 공부를 하지 않아도 만화적인 상상력을 갖추면 되니 예전엔 불가능해 보였던 개그코드들도 웹툰이란 형식에선 오히려 돋보이고 경쟁력이 됐다"고 말했다.
또 만화에선 경험하기 힘든 웹툰 만의 특성이 해외에서도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비결로도 꼽힌다. 웹툰은 독자들에게 종이책의 한계를 벗어난 UX(사용자경험)나 UI(사용자환경)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분야는 국내 웹툰 플랫폼들의 수준이 매우 높다. 박종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사업부문장은 최근 태국과 대만 시장에 안착한 카카오웹툰에 대해 "국내 최고의 웹툰을 효과적으로 아름답게 전달하는 UX가 빚어낸 성과"라고 말할 정도다.
K웹툰이 종전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층을 끌어모으고,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해 시장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종전에 없던 콘텐츠라는 시각도 있다. 김대신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략사업팀장은 "한국 웹툰의 경쟁상대는 미국 코믹스나 일본 만화가 아닌 유튜브"라고 말했다. 웹툰을 더 이상 '스마트폰으로 보는 만화'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장르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한국 웹툰이 해외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은 종전의 출판만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픽코마 사용자들을 보면 기존 일본 출판만화에 익숙한 구독자층이 아닌 완전 새로운 소비자층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웹툰의 마케팅 타깃도 종전 출판사 등이 아니라 유튜브나 게임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다"면서 "K웹툰의 성공방식은 그간 출판만화와 완전히 구분되는 특성을 보이는 새로운 장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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