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웹툰, 日만화시장 점령하고 넷플릭스까지 뒤집어 놓은 비결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 2021.08.20 16:20

[MT리포트]K-인베이전 2.0③진격의 K웹툰, 일본 안방서 1위 차지…15조 글로벌 만화시장 휩쓴다

편집자주 | 일본·동남아 등 아시아권 '골목대장'에 불과했던 '한류'의 위상이 달라졌다. 방탄소년단(BTS)이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차트를 석권했고, 영화 '기생충'이 칸과 아카데미 영화제를 연달아 석권하며 헐리우드의 콧대를 꺾었다. 1960년대 비틀즈를 필두로 영국 음악·문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브리티시 인베이전'에 빗대 'K-인베이전'이란 평가도 나온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의 부상과 함께 '킹덤' 등 드라마와 영화가 아프리카·중동에서도 인기를 끌고 애니메이션과 웹툰 등 신(新)한류 콘텐츠도 시장을 주도한다. '포스트 코로나'를 앞두고 글로벌 콘텐츠 산업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한류 시장의 현황을 진단해본다.

K웹툰을 내세운 한국 만화가 출판문화 중심의 글로벌 만화 시장을 뒤집어놓고 있다. 카카오재팬의 웹툰 앱 '픽코마'가 올해 2분기 전 세계 앱 매출 7위에 올랐고, 네이버웹툰 글로벌 연간 거래액도 1조원을 넘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웹툰 원작들이 잇따라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돼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을 이어가는 등 K웹툰의 성장이 눈부시다.

이는 구체적인 수치로도 나타난다. 20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4050만달러였던 만화 수출액은 2019년 4600만달러로 비슷한 수준을 보이다가 지난해 6400만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만화 시장 매출은 1조6200억원으로 전년보다 2900억원 가까이 늘었다. 같은해 하반기만 보면 만화시장의 매출(32.1%)과 종사자수(5.4%)는 11개 콘텐츠산업 가운데 전년과 견줘 가장 많이 성장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연말 글로벌 MAU(월간활성이용자)가 7200만명을 돌파했으며, 유료거래액 8200억원을 달성했다. 픽코마는 지난해 3분기 거래액이 전 분기 대비 44%, 전년 동기 대비 247% 성장한 1300억 원을 기록해 전세계 만화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일본에서 트래픽과 매출 시장 1위를 차지했다. 대부분 국내 웹툰으로 이뤄낸 성과이다.

웹툰 콘텐츠가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콘텐츠로 옮겨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웹툰 데이터 전문 분석 서비스 웹인프로에 따르면 웹툰 원작 작품은 지난해 9월 기준 200편에 달했다. 이중 지난해 12월 공개된 네이버웹툰 원작의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은 공개 이후 나흘 만에 아시아, 북미, 유럽 등 70개국 이상에서 '오늘의 톱10'을 기록했다.

웹툰 원작의 넷플릭스 영화 스위트홈
이는 한국 웹툰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지는 힘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국내 웹툰 작가들이 젊어지면서 감수성이 성장한 덕분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웹툰 기반 콘텐츠들의 인기몰이가 가능해졌다고 해석했다.

박석환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국내 웹툰이 미국이나 일본 만화에 비해 질적으로 높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작가들의 수준이 글로벌 마인드를 대변할 수 있을 정도로 올라섰다고 본다"면서 "최근 유명한 '전지적독자시점' 같이 웹소설로 시작했지만 웹툰으로 일본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작품이나 '나혼자만 레벨업' 같은 작품도 글로벌 공감이 가능해 다른 나라에서도 인기를 얻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국내 웹툰이 미국과 일본 만화의 형식적 장점을 두루 갖춘 점도 국내 웹툰의 성공 요인이라고 봤다. 그는 "미국의 코믹스는 내용은 짧지만 컬러라는 형식을 갖추고 있고, 일본의 만화는 흑백의 시리즈 연재물이라는 특성이 있다"며 "국내 웹툰은 이 두 가지 형식의 장점을 골고루 합치면서 글로벌 문화상품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생' 윤태호 작가가/사진=뉴스1


'미생' 윤태호 "웹툰이란 형식 기존 틀 허물면서 소재 풍성, 만화적 상상력이 시장 키워"


'미생'을 그린 윤태호 작가는 "웹툰이란 형식 자체가 미국이나 일본, 유럽에 없던 너무나도 특이한 사례"라며 "웹툰이 기존 만화라는 장르의 틀을 허물면서 국내 작가들을 돋보이게 만든 측면이 있다"고 했다. 윤 작가는 "옛날엔 만화가가 되려면 문하생으로 들어가 스승한테서 그림부터 직접 배우면서 시작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만화와 관계 없는 전공을 하던 사람들도 만화적인 상상력을 갖고 있으면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만화적인 상상력'이란 어떤 소재라도 만화로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웹툰이 기존에 갇힌 형식을 깨자 소재가 다양해지고 시장도 빠르게 커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윤 작가는 "예전엔 만화를 하려면 그림을 잘 그리는 능력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전문적인 공부를 하지 않아도 만화적인 상상력을 갖추면 되니 예전엔 불가능해 보였던 개그코드들도 웹툰이란 형식에선 오히려 돋보이고 경쟁력이 됐다"고 말했다.

또 만화에선 경험하기 힘든 웹툰 만의 특성이 해외에서도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비결로도 꼽힌다. 웹툰은 독자들에게 종이책의 한계를 벗어난 UX(사용자경험)나 UI(사용자환경)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분야는 국내 웹툰 플랫폼들의 수준이 매우 높다. 박종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사업부문장은 최근 태국과 대만 시장에 안착한 카카오웹툰에 대해 "국내 최고의 웹툰을 효과적으로 아름답게 전달하는 UX가 빚어낸 성과"라고 말할 정도다.

K웹툰이 종전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층을 끌어모으고,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해 시장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종전에 없던 콘텐츠라는 시각도 있다. 김대신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략사업팀장은 "한국 웹툰의 경쟁상대는 미국 코믹스나 일본 만화가 아닌 유튜브"라고 말했다. 웹툰을 더 이상 '스마트폰으로 보는 만화'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장르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한국 웹툰이 해외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은 종전의 출판만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픽코마 사용자들을 보면 기존 일본 출판만화에 익숙한 구독자층이 아닌 완전 새로운 소비자층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웹툰의 마케팅 타깃도 종전 출판사 등이 아니라 유튜브나 게임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다"면서 "K웹툰의 성공방식은 그간 출판만화와 완전히 구분되는 특성을 보이는 새로운 장르"라고 덧붙였다.

베스트 클릭

  1. 1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2. 2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3. 3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4. 4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5. 5 "6000만원 부족해서 못 가" 한소희, 프랑스 미대 준비는 맞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