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km 걷는데 검문 15번" 광화문 봉쇄에…보수단체 장소 바꿔 '우르르'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 2021.08.14 11:35
광복절 연휴 첫 날인 14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릴 집회를 앞두고 경찰들이 집결해있다. /사진=오진영 기자

"얼굴 사진 있는 신분증 보여주세요. 어디로 가십니까."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5~10m마다 형광색 상의를 입은 경찰 수십여명이 서있었고 틈틈이 철제 펜스가 설치돼 광장을 방문하려는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다. 이날 광장에서 열릴 예정인 '불법 1인 시위' 때문이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대표로 있는 국민혁명당은 8·15 광복절 연휴 기간에 '1000만 국민 1인 걷기운동'을 하겠다며 대규모 집회·시위를 예고했다. 11일 기준 연휴 기간 서울경찰청에 들어온 집회신고는 총 316건(41개 단체)다.

경찰은 집회신고자들에게 금지통고를 했으며 서울시도 거리두기 4단계 기간인 오는 22일까지 서울 전역에 집회를 금지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국민혁명당은 집회를 강행했다. "시위단이 2m 간격을 띄우고 '1인 시위'를 하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이날 경찰은 도심 곳곳에 경찰과 검문소를 배치하고 신분증이 확인된 시민들만 광장에 들여보내는 등 입장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취재진 역시 오전 9시 시청에서 광화문광장까지 2km의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서 15차례가 넘는 검문을 거쳐야 했다. 일각에서는 시민들은 얼굴 사진이 나온 신분증을 요구하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에게 입장을 제지당한 김모씨(72)는 "광화문 산책하는 게 낙인데 지나가지도 못하고 이게 뭐냐"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인근 호텔 직원은 들어가는데 시민들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진입 자체가 힘들다보니 실제 집회 장소 안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집회 참여자 이정숙씨는 "오늘은 1~2명씩 손소독도 하고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 참여하고 있는데 이 것 조차도 막고 있다"며 "민주노총 집회는 쉽게 열어주는 걸 보면 참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철통 경비'에 이날 예정된 국민혁명당의 집회 장소가 긴급히 옮겨지기도 했다. 현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의 일부 출입구도 폐쇄된 상태다. 2~7번, 9번 출입구가 막혀 종로구청 방면으로만 출입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광화문역 인근인 동화면세점 앞에서 '8.15 광복절 기념 국민걷기운동 특별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힌 국민혁명당은 원래대로 계획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 경찰은 "집회에 앞서 동화면세점 앞에 모여있던 10여명을 해산했다"고 밝혔다. 진입 자체가 불가능해지자 이들은 인근 탑골공원 등으로 장소를 이동해 집회를 재시행했다.

인근 상인들은 출입인원이 통제되자 매출 저하를 우려했다. 광화문 인근 편의점 점주 정모씨(52)는 "경찰들이 가끔 들어와서 물을 사는 것 외에는 손님이 없다"며 "광장을 폐쇄한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이렇게 사람이 없을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이어 "혹시 몰라 알바생도 안 쓰고 내가 직접 나와 있는데 오늘 오후부터라도 문을 닫을 생각"이라며 "지난해에도 이랬는데 시위하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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