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물 유도한다더니..증여 부추기는 부동산 정책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 2021.08.13 14:21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각종 세부담을 늘려 시장에 아파트 매물을 늘리겠다는 여당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매물 잠김 현상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최근 여권이 추진한 다주택자와 고가1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조치에 이어 정부가 2023년부터 취득세를 공시가격이 아닌 실거래가 기준으로 부과할 계획이어서 그전에 '절세용 증여'가 더 늘어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2023년 이후 증여취득세 실거래가로 과세…강남권 아파트 증여 시 세부담 1억원 이상 늘어날 듯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전일 2023년부터 유상취득분 취득세는 취득한 가격인 실거래를, 증여 등 무상취득은 시장가치를 반영한 시장인정액 등을 과세표준으로 정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동안 유상취득분에 대한 취득세는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부과했으나 증여 등 무상취득분의 경우 시세의 70~80% 수준인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됐다. 하지만 2023년부터 증여 등 무상취득분에 대해서도 시장인정액, 즉 시세에 준하는 실거래가를 과세표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의미다.

법이 시행되면 2023년부터 증여취득세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를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현재는 공시가격인 17억6000만원을 기준으로, 2023년부터는 실거래가인 26억원을 기준으로 증여취득세가 부과된다.

조정대상지역 3억원 이상 주택에 해당하는 증여취득세율(지방교육세 포함 12.4%)을 적용하면 증여취득세 부담이 2억1278만원에서 3억2240만원으로 1억원 이상 늘어난다.

이 같은 변화는 양도세 중과 조치 이후 다주택자들이 매매보다 증여를 더 선택하는 현상을 더 가속화시킬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증여취득세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될 2023년 이전에 증여를 마무리하라는 시그널이 될 수 있어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신길2구역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현장을 방문해 재개발 사업추진 위원단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지난 1년간 전국 증여 건수 45% 급증…증여 거래 더 늘어날 가능성 높아


최근 규제 강화 여파로 시장에 거래 매물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주택 증여 건수는 크게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최근 1년간 전국 주택 증여 건수는 17만1964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45.4% 증가했다.

서울은 3만621건에서 4만6700건으로, 경기는 5만5418건에서 7만7575건으로 각각 45.4% 54.1% 증가했다. 세종은 713건에서 1751건으로 2배 이상 증여 건수가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당정이 기대하는 매물 유도보다는 증여를 더 가속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지금 다주택자가 규제지역에 있는 아파트를 팔면 지방소득세 포함 최고 82.5%의 양도세를 내야 해서 처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차라리 증여를 선택한 것인데 2023년 이후 증여취득세를 더 높인다고 하면 절세 전략으로도 매매보단 증여를 더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증여취득세를 실거래가 기준으로 부과하는 과정에서 조세 저항이 발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시세가 정형화된 아파트와 달리 기존 거래가 많지 않은 단독주택과 토지 등은 유사 실거래가를 산출하기 어려워 과세표준 변화에 따라 세부담 차이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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