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 인사팀 막내의 대형사고…"전 직원 연봉이 공개됐어요"

머니투데이 정영희 법률N미디어 에디터 | 2021.08.14 05:00
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사진=MBC '오늘부터 출근'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모 회사의 인사팀 막내 직원 A씨는 최근 어마어마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전 직원 대상으로 보내는 메일에 그만 직원 연봉 리스트를 첨부해버린 건데요. 직원 모두가 동료 직원들의 연봉을 속속들이 알게 돼버렸습니다.

이 실수 이후 사내 분위기는 말 그대로 초토화됐습니다. 같은 직급의 직원들 사이에선 연봉을 많고적음을 이유로 서로 반목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 직원이 정규직인지 계약직인지를 놓고도 이런저런 말들이 나옵니다. 자신이 홀대받고 있다고 느낀 일부 직원들은 회사에 불만을 토로하며 퇴직 의사를 밝히기까지 했는데요.

되돌리기 어려운 대형사고를 친 인사팀 막내 A씨, 법적으로 책임을 지게 될까요?

◇연봉파일 유출은 개인정보 유포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해서는 안 됩니다.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여기서 개인정보란 해당 정보의 주인이 누군인지를 특정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말합니다. 이때 그 정보만으로는 개인을 특정할 수 없더라도 다른 사항과 결합해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는 수준의 정보라면 법적으로 보호받는 개인정보에 해당합니다.

통상 각 직원의 봉급액이나 봉급 경력, 보너스 및 수수료 등의 연봉정보나 인사고과, 복지 포인트도 개인정보에 해당됩니다. 기업 및 다른 근로자의 재산과 그 밖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인사과 막내 직원일 뿐인 A씨도 개인정보처리자로 볼 수 있을까요? 개인정보처리자란 업무를 목적으로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제71조) 판례는 유출 행위를 벌인 당해 직원이 개인정보 처리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면 개인정보처리자로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7. 4. 7. 선고 2016도13263 판결)

A씨가 개인정보처리자인 상급자에게 직원 연봉 관리 업무를 지시받았다고 해도 결론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본인이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니라도 일단 개인정보처리자에게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사람이라면 무단 유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판단할 때 유출이 고의적인지 여부는 문제되지 않기에, A씨의 이메일 오발송이 실수였다는 사실이 면죄부가 될 순 없습니다.

◇회사 경영에 심각한 피해…업무상과실 징계는?

연봉이 알려지는 바람에 퇴사한 피해 직원들이 A씨를 따로 고소하지 않는다고 해도 회사 차원에서의 징계를 받을 수는 있습니다.

사용자는 징계규정의 내용이 현존하는 법령 등에 반하지 않는 한 이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4.9.30 선고 94다21337 판결) 대부분의 징계 대상 행위는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규정돼 있습니다. 쉽게 말해 A씨에게 징계를 내릴지 말지 결정하는 건 전적으로 사측에 달렸습니다.

일반적으로 징계는 근로자가 근로제공의무를 위반하거나 기업에 대한 충실의무를 저버리는 것처럼 기업의 경영질서에 부적격한 행동을 했을 때 받게 되는 조치입니다. 크게 경고, 견책, 감봉, 정직, 해고 등이 있는데요. △징계의 원인이 된 사실 △징계에 의해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징계 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했을 때 그 내용이 객관적으로 타당하다면 정당한 징계로 판단합니다.

A씨의 징계사유는 업무상 과실이 될 텐데요. 판례는 근로자가 일하며 행한 실수에 대해선 어느 정도 회사가 그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즉 기업경영에 수반되는 일정 수준의 업무상 과실로 인한 손해는 경영상 위험을 부담하는 사업주에게도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거죠.

업무상 과실로 인해 근로자에게 징계를 내리려면 그 과실의 정도와 작업의 위험도, 회사가 입은 손해의 범위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회사가 실수에 비해 가혹한 처분을 내린다면 이는 사측이 징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 됩니다. 징계의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근로자는 징계무효소송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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