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 아끼니 월급 깎겠다"…구글, 재택근무자 임금 삭감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21.08.13 10:25

외곽 거주 재택근무자 출퇴근 시간만큼 임금 삭감…형평성·직원사기 등 문제 지적

구글 미국 뉴욕 사무실 전경 /사진=AFP
구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 중인 직원들의 임금 삭감 방안을 검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외곽에 살면재택근무로 출퇴근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임금을 적게 줘도 된다는 논리를 들어 거주지역에 따라 차등을 둔 방식이다. 하지만 형평성 문제, 근로계약 위반 등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12일(현지시간) BBC방송·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재택근무 직원에게 적용할 새 임금 계산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임금 체계는 미국 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할 예정이다.

사무실 출근 대신 재택근무를 선택한 직원들은 기존 출퇴근 시간 등을 근무시간에서 제외해 평소보다 삭감된 임금을 받게 된다. 예를 들면 워싱턴주 시애틀에 거주하면서 출퇴근하는 데 2시간 정도 걸렸던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면 임금이 10% 줄어드는 식이다.

외곽에 거주하는 한 직원은 "2시간 걸리는 통근시간을 아끼려고 재택근무를 선택했다가 임금을 깎이게 됐다"며 "이러려고 열심히 일한 것이 아니다"라고 로이터통신에 불만을 토로했다.



지역마다 삭감기준 천차만별…코네티컷주는 15%, 시애틀·보스턴은 5~10%


출퇴근 거리에 따른 삭감 기준이 지역마다 천차만별이어서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뉴욕에서 기차로 1시간 떨어진 코네티컷주 스탬포드에 사는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면 월급 15% 깎이지만, 시애틀·보스턴·샌프란시스코에서 1시간 거리에 사는 직원 급여는 5~10% 삭감된다.

구글 대변인은 "새 임금 계산법은 직원들이 일하는 장소 및 재택근무 장소에 따른 급여 변화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발됐다"며 "구글은 언제나 현지 기준 최고 수준의 급여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구글 외에도 미국 실리콘밸리의 일부 기업들이 직원 임금 구조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페이스북 등 정보기술(IT)기업은 물가가 싼 지역에 거주하는 직원에게 임금을 덜 주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대 제이크 로즌펠드 사회학 교수는 "그동안 재택근무자들에게도 100% 급여를 지급해 왔던 구글이 새로운 방안을 시행할 이유가 없다"며 "구글의 재무 상태가 재택근무자의 급여를 삭감해야 할 정도로 나빠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영국 공인인력개발연구소(CIPD) 관계자도 "근로자들이 계약 위반 등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 구글의 결정은 매우 위험한 접근 방식"이라며 "급여 변경 전에 직원들에게 서면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같은 일을 하고도 임금을 적게 받는다면 직원들의 사기가 꺾일 것"이라며 "여성 직원의 경우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 재택근무를 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번 조치가 성별 임금 격차 확대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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