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 국가책임지고, 개천서 용찾는 입시제도 만들어야"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 2021.08.16 15:50

[the300][대한민국4.0 Ⅳ: 어젠다 K-2022]<4>질적·포용 성장을 위한 인적투자 방안 ①교육은 최고의 복지이자 투자

편집자주 | 2022년 3월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머니투데이가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와 함께 9회에 걸쳐 '대한민국 공론장'을 마련합니다. 어느 정파에도 얽매이지 않고 모든 후보와 정당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 어젠다를 발굴하는 좌담회를 진행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기승을 부릴 맹목적 진영논리나 인기 영합의 흐름에 제동을 걸고, 여야·좌우를 넘어 미래를 위한 생산적이고 책임 있는 정책 대안 경쟁을 유도할 계획입니다.

대한민국은 초저출산 시대를 맞아 인구 절벽 위기에 처했다. 한 사람이 소중한 이 때 평생에 걸친 인재 역량 개발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사람에 대한 정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으며 이를 위해 효과적인 학습 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것은 필수다. 교육은 최고의 복지이자 미래를 위한 투자다.



유아교육 국가책임화, 개천에서 용 찾는 대학 입시제도… 10대 과제 제시


머니투데이는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킵스)와 함께 지난 5일 서울 광화문 본사 대회의실에서 '전환적 기술혁신의 시대, 인적투자 방안'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반가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신봉호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임재훈 전 국회의원(킵스 자문위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머니투데이는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킵스)와 함께 지난 5일 서울 광화문 본사 대회의실에서 '전환적 기술혁신의 시대, 인적투자 방안' 좌담회를 열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모두를 위한 창의적 학습국가 만들기: 교육을 통한 희망과 도약'을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배 교수는 '교육개혁 10대 과제'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유아교육 국가책임제다. 유아 영역의 교육 역시 보편 복지의 영역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말이다. 배 교수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소득이 1000달러이던 1971년 초등학생 의무교육이, 1만달러가 된 2002년 중학생 의무교육이 시작됐다. 이어 올해부터는 고등학생 무상교육이 첫 발을 뗐다.

배상훈 교수는 대한민국 10대 교육과제 중 하나로 유아교육 국가책임제를 꼽았다. 현재는 누리과정을 운영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정부가 일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소속 유치원 및 어린이집 교사들이 2018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누리과정 비용 6년 동결 대응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누리과정 비용 인상을 촉구하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는 장면. /사진=뉴스1

배 교수는 "관련 법령상 유치원도 엄연한 학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치원에 대한 책임이나 대우가 학교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모들은 (원하는) 유치원,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무한 대기를 해야하는 상황인데 이를 공교육 체제로 편입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제학적으로 '투자회수'라는 개념을 빌리면 교육적으로 투자회수가 높은 연령대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유아단계고 이 때 교육 격차가 벌어지면 그 후는 더 막기 힘들다"고도 말했다.

두 번째 과제로는 '수업 잘하는 학교 만들기'를 꼽았다. 배 교수는 이를 위해 AI(인공지능) 기반 맞춤형 학습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함께 교육청의 기능과 역할을 재편해서 학교 행정업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학교마다 배치된 행정 인력은 1~2명에 그친다"며 "반대로 교육청은 비대화되고 선생님들은 행정관료의 뒤치닥거리에 지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계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주역은 교사"라며 "교사발 학습혁명을 위해 뒤처진 학생을 찾고 맞춤형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또 초·중등 교육 단계에서 △내 집처럼 좋은 학교 만들기 △지역 꿈 지원센터 건립 등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머니투데이는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킵스)와 함께 지난 5일 서울 광화문 본사 대회의실에서 '전환적 기술혁신의 시대, 인적투자 방안' 좌담회를 열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고등교육(대학교 이상) 부문에서는 '개천에서 용 찾는' 대학입시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제대로 된 입학사정관제 정착으로 숨어있는 인재를 찾아내야 한다"면서 "성적으로 줄 세우기보다는 잠재력 있는 인재를 뽑을 입학사정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 큰 대학도 입학사정관이 많지 않은데다 계약직인 경우가 많고 그나마 제도가 잘 정착된 서울대조차 풀타임 전임 입학사정관은 27명"이라면서 "상위권 대학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개천에서 용을 찾아내는 입학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작고 강한 지방대학 100개 만들기 △글로벌 초일류 대학 만들기 △청년 인턴과 창업 강국 만들기 △온 국민을 위한 평생학습 시대 등의 목표를 제시했다.

배 교수는 "지방대학이 죽는다는데 대부분 대학이 백화점식 학과 운영으로 특성화되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지고 학생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혁신하려는 대학은 강소특성화 쪽으로 방향을 유도하고 그래도 어려우면 지역의 평생학습기관으로 전환하게끔 규제를 완화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성화와 별개로 초일류 대학을 육성해야 한다고도 했다. 배 교수는 "규제에서 자유로운 초일류대학도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서울대에서 AI(인공지능)전공 정원이 안 나온다면 한시적으로 입학정원을 늘려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현재는 대학 정원을 늘리려면 교육부의 정원 조정 기준을 따라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의 탈정치화'를 제안했다. 배 교수는 "최근 국회에서 정치를 초월한 국가교육정책을 수립할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탈정치라는 취지에 부합하는지 다시 돌아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원을 보면 정당과 이해집단이 추천하는 시스템에서 탈피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며 " 이렇게 정당 추천 대표들이 참여하는 구조로 가면 교육정책을 둘러싼 싸움판이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역량 발휘할 수 있는 수평적 직장 문화·복지정책 '선순환' 필요"


반가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참석자들은 배 교수의 제안에 공감하면서도 각 과제가 제대로 실현되려면 노동과 복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가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부 잘하고 똑똑하다고 해서 개인의 역량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를 북돋아줄 기업 문화와 복지 정책이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반 위원은 "수년간의 공·사교육을 통해 프랑스어를 잘하게 된 직원이 있더라도 직장생활 30년 동안 이 스킬을 업무에 전혀 활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오히려 개인이 갖고있는 역량이 일터의 수준에 맞춰서 퇴화하는 식으로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는 사업주도 직원에게 학습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거나 직원이 (지시와 다른 방향으로) 더 잘하려고 하면 튄다고 싫어한다"며 "학습 강화도 중요하지만 이는 반드시 일터에서 개인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수평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활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봉호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역시 이런 의견에 동의하면서 "기업에서 직원의 배울 권리를 보장해줄 수 있는 학습휴가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 육아휴직이나 대학교수의 연구년 제도처럼 근무시간 중 일부는 직원 스스로가 학습에 투자하는 것을 당연한 권리로 여겨질 수 있도록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며 "예를 들어 공무원들도 자리에 앉아만 있지 말고 전문가나 교수, 연구소를 찾아가 공부할 수 있게 제도화 하자. 핵심은 학습시간을 권리로서, 제도로서 확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봉호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지금처럼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구체적 역량보다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반 위원은 "예전에는 기술 전환이 두 세대 이상의 시간에 걸쳐 이뤄졌다면 지금은 한 세대 안에서도 여러 기술적 변화가 일어난다"며 "반면 수명은 늘어나서 한 세대 내에서 지식 전환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이처럼 미래가 불확실하므로 구체적 역량을 기르는 것보다는 스스로 학습하고 동기를 부여할 능력,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 육성 방안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 지원 강화 의견과 함께 장기 비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배 교수는 "중국은 베이징대, 칭화대 등에 수조원을 투자하고 싱가포르 역시 막대한 돈을 퍼붓는데 한국 대학은 수업을 겨우 할 수 있을 정도의 돈밖에 없다"며 "이를테면 교육부의 BK21(두뇌한국) 사업의 경우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한국에 MIT(매사추세츠공과대)급의 대학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점차 목적의식이 흐지부지 됐다. 대학 교육에 장기적 비전이 없는 상태기 때문에 노벨상을 받는 사람이 나오기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배 교수는 " 일부 문제있는 사학 때문에 사학을 무조건 비리의 온상으로 보는 것도 문제"라며 "건전한 사학이라면 지원금을 주는 것이 재단 배만 불린다는 부정적 생각보다는 교육에 대한 투자라고 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면목 없다" 방송 은퇴 언급…'이혼' 유영재가 남긴 상처
  2. 2 "이선균 수갑" 예언 후 사망한 무속인…"김호중 구설수" 또 맞췄다
  3. 3 강형욱, 양파남 등극?…"훈련비 늦게 줬다고 개 굶겨"
  4. 4 "수수료 없이 환불" 소식에…김호중 팬들 손절, 취소표 쏟아졌다
  5. 5 매일 1만보 걸었는데…"이게 더 효과적" 상식 뒤집은 미국 연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