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이 던진 화두 "국가가 국민의 삶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가"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 2021.08.13 05:35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허위·조작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내용으로 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대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1.8.10/뉴스1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 삶을 국민이 책임져야지 왜 정부가 책임지느냐"고 한 것을 두고 연일 정치권에선 여러가지 해석과 비판이 나오고 있다. 평소 신중한 언행을 이어온 최 전 원장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그의 '지론'이 담긴 철학으로 해석된다. 비판이 쏟아지지만, 그의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재형 "정부가 모든 국민 삶 책임지겠다는 건 위험한 발상"


최 전 원장은 11일 국민의힘 초선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에서 "이 정부의 목표 중 제일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건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국민의 모든 삶을 책임지겠다는 건 북한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된 최 전 원장의 발언은 강연에 참석한 같은 당 태영호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지속가능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얼마씩 주겠다, 주택 많이 짓겠다 얘기하는데 가능하지 않다", "지속 가능하려면 국민연금을 더 걷고 긴축재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묻자 나온 답변이었다.

사실상 '작은 정부론'에 대한 견해를 제시하며 나온 발언인 셈이다. 그는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정부가 아니라 국민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게 정부가 해야할 일"이라고 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모든 권력을 청와대로 집중시켜 행사하고 있다"며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범위 내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이 돼 대통령의 역할을 제자리에 돌려놓겠다"고 힘을 줬다.


與野 모두 비판…"국민 삶 책임지는 건 기본 책무"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졌다. 강연이 있던 당일 같은 당 대권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삶은 국민 스스로도 책임져야하나 당연히 정부도 책임을 져야한다"며 날을 세웠다.

하 의원은 "우리가 정부를 비판하는 이유도 정부에게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할 막중한 사명이 있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건 대통령의 기본 책무다. 국민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부정하는 사람이 과감하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것이 그저 의아스러울 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2020.12.13/뉴스1
여당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낙연 전 대표 캠프의 배재정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 삶을 책임질 생각도 없고, 그렇게 하는 게 북한 시스템이라는 분이 국민들에게 무슨 비전을 설명하고 어떻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기본이 안 돼 있는 것"이라며 "심각한 준비 부족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건 국민의 삶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의지를 갖고 나오신 분이지 않냐"며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 할 말인가"라고 쓴소리를 했다.



"권력이 모두 책임진다? 개인 자유 침해"


정치권의 비판이 이어지자 직접 최 전 원장은 "굳이 정치를 이렇게 수준 낮게 할 필요가 있나 싶다"며 맞받아쳤다. 최 전 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가 책임진다는 말은 국가가 간섭한다는 말"이라며 "간섭은 언제라도 더 심한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역사는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국민의 모든 삶을 책임지겠다는 말로 간섭·통제·규제하겠다는 건 곧 전체주의로 가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국민의 삶을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책임질 것처럼 말하는 건 감언이고 사기다. 이를 국가의 책임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말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글을 썼다.

최재형 캠프도 "솔직해지자"며 "국가가 국민들의 모든 삶을 책임지겠다는 주장은 실현될 수 없는 거짓 공약에 불과하다"고 메시지를 냈다..

최 전 원장의 발언에 대해 '가장 의미 있는 화두'라는 시각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출신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말꼬리만 잡고 늘어지는 우리 정치의 행태는 이 화두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며 "권력이 국민의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달콤한 말은 무식하기도 하지만, 속뜻은 '내 밑으로 들어와 입닥치고 있으면 필요한 걸 줄게'에 다름 아니다"고 글을 남겼다.

윤 의원은 "국가 역할에 대한 의미있는 논쟁은 '국가가 책임지냐 아니냐'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여야 한다"며 "국가의 책임은 '간섭과 통제'와 불가분한 관계이므로 무턱대고 확대하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밖에 없다. 통제받는 것을 망각시키기 위해 '돈뿌리기'가 수반된다. 자유민주주의 발전이 더딘 국가에서 전체주의와 포퓰리즘이 결합되곤 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윤희숙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이준석 대표와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을 비롯한 김태호, 안상수, 원희룡, 유승민, 윤희숙, 장기표, 장성민, 하태경, 황교안 예비후보가 참석했다. 2021.8.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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