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결제 강제화 입법논란을 바라보며

머니투데이 박종현 부교수 | 2021.08.18 06:00
박종현 국민대 법과대학 부교수
"담장이 쳐진 정원에서 가장 많이 자라는 것은 파리지옥풀이다."

최근 진행 중인 애플과 에픽게임즈 간 소송에서 에픽 측 변호인의 말이다. '담장이 쳐진 정원'(walled garden)은 IT(정보기술) 산업에서 플랫폼 제공자가 앱과 콘텐츠의 접근을 통제하는 폐쇄형 생태계를 상징한다. 플랫폼 입장에서 담장을 치고 입장료를 받으면 안정적으로 이윤을 확보할 수 있지만, 폐쇄된 정원에서 양질의 콘텐츠가 적정 가격으로 이용자에게 공급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애플과 구글은 자신들의 앱마켓에 들어오려는 앱을 까다롭게 통제하고 있는데, 가장 높은 담장이 바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앱결제 강제 정책이다. 30%에 이르는 수수료 수준의 적절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보다 근본적으로는 특정 결제시스템 사용을 강제하고, 이를 어길 시 마켓 퇴출 등 강력한 불이익을 주는 행태가 시장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앱결제 강제화의 불공정성에 대한 국가 차원의 개입이 시작되었다. 에픽게임즈 소송과 같이 사법부가 관여하기도 하고, EU, 영국, 독일 등 각국 반독점 규제 당국들이 조사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또한 미국 10여개 주들에서 인앱결제 강제화를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 중인데 더해 최근에는 미 연방 상원에서도 법안이 발의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범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고 공정경쟁을 촉진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초당파적으로 발의된 여러 안들이 최근 과방위에서 대안으로 수렴 후 의결됐다. 대안에서는 기본적으로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며, 이러한 강제를 실현하는 수단인 부수적인 갑질행태, 즉 타 앱마켓 등록 방해, 부당한 심사 지연과 앱 삭제, 차별 대우 등을 금지행위로 유형화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러한 금지행위의 시정 권한을 갖는다.


다만 부수적인 금지행위 중 일부가 공정거래법상 금지행위인 배타적 거래, 경쟁제한, 차별금지와 유사하고,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 관할해야 하므로 방통위와 권한 충돌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각 산업 분야별로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은 특수할 수밖에 없고 일반원칙만으로 특수한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 참고로 예술인복지법 제6조의2에서는 부당한 계약조건 강요, 활동 방해 등 문화예술용역에서의 불공정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이 2011년 제정되는 과정에서 예술계에서 나타나는 불공정행위가 일반적인 공정위 업무에서는 규정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으로 인정되었다.

플랫폼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전문적이고 적실한 규제를 위해서는 인앱결제 관련 불공정행위의 특수유형을 전기통신사업법에 구체화하고, 기간통신사업의 반경쟁적 행위를 규제해 온 전문규제기관인 방통위가 규제를 진행하는 것은 타당해 보인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라는 핵심적 금지행위에 대한 규제를 방통위가 수행하는 것에 공정위가 동의하고 있고, 그 외의 금지행위는 기본적인 금지행위에 부수되므로 이를 구별하면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각 금지행위에 대한 관할 조정 논의로 법안 통과를 지연하기보다는 관계부처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법 통과 후 실제 어떻게 협치의 거버넌스를 운영할 것인지 모색하는 편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 법안을 공정거래 규제 관점을 넘어 혁신과 진흥을 위한 시장 개선의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담장을 치고 정원 이용에 부당한 조건을 강요하는 것은 혁신산업의 생태계에 바람직하지 않다. 갑질이라는 구태에서 벗어나 플랫폼 사업자와 스타트업들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개방적 생태계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 범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인앱결제 강제화에 대한 규제 움직임에는 분명 이러한 관점이 저변에 놓여 있을 것이다. 우리 입법부의 노력이 조속히 결실을 맺어 플랫폼 정원에 파리지옥풀이 아닌 누구나 그 향을 맡을 수 있는 공정과 창조의 꽃들이 가득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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