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50 탄소중립과 바다의 역할

머니투데이 이기택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교수(미국 지구물리학회 석학회원)  | 2021.08.12 05:09
'탄소중립'이 화두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과 떨어질 수 없는 전기, 자동차 등 산업혁명 이후 발명된 문명의 이기들 중 화석연료가 사용되지 않는 것이 있는가. 최근 철강,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방출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하면 유럽 수출시 탄소세를 부과하겠다는 뉴스도 들린다. 탄소중립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 같다.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리 대응의 성공 여부는 탄소중립에 대한 시민의 이해에 바탕을 둔 자발적 참여에 달려있다. 탄소중립을 이루지 못하면 전 인류의 생존이 위협 받는다는 문제의 급박성에 대한 시민의 이해가 절실히 필요하다.

탄소중립은 왜 필요한가? 이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하여 인류가 화석연료 기반의 문명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자연계에서 이산화탄소의 흐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탄소는 사실 생명체를 구성하는 핵심 원소이며 추운 화성 대기와 달리 지구 대기가 적절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대기 중에 적절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존재하여 지구 복사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산화탄소량이 적절한 범위를 넘어 너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구대기에 이산화탄소가 축적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와이 섬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1958년 이산화탄소 농도가 320 ppm (공기 중 100만개의 기체 분자 중 320개가 이산화탄소)이었는데 2020년 412 ppm으로 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화석 연료 사용 증가가 대기 이산화탄소 증가의 주범 이라는 사실도 밝혀지게 되었다.


이산화탄소의 대기 축적은 과학자들에게 놀라운 사실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기와 해양에 존재하는 모든 이산화탄소 중 거의 대부분이 해양에 존재하며 이는 대기로 방출된 대부분의 이산화탄소는 결국 해양으로 녹아들어 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산화탄소 배출 속도가 해양이 흡수하는 속도보다 훨씬 높아 남는 이산화탄소가 갈 데가 없어 대기에 축적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배출한 총 이산화탄소의 30%에 해당하는 약 1200억톤(2018년 대한민국 배출량은 1억8000만톤)의 탄소를 해양이 제거했다. 엄청난 양의 탄소가 해양에 안정한 형태로 저장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21세기 초에 알려지게 되었다. 만약 해양이 탄소를 제거하지 않았다면 지구환경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을 것이다. 해양의 탄소 제거 덕분에 온난화 속도를 늦추고 있는 것이다.

해양생태계가 저장하고 있는 탄소를 '블루카본(Blue Carbon)'이라고 하는데 해양의 탄소제거능력은 아직 절정에 도달하지 못했다. 인간의 노력 여하에 따라 탄소흡수능력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연근해는 자연흡수원(해초숲, 염습지, 갯벌)과 조성된 흡수원이 공존하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하여 갯벌·바다숲과 같은 블루카본을 적극 확충하여 획기적으로 탄소를 제거할 수 있는 연안 환경으로의 탈바꿈이 필요한 때이다. 다행히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연안 탄소흡수원 발굴·조성이 포함되었다. 해양수산부에서 올해 하반기 중 발표할 해양수산분야 2050 탄소중립 로드맵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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