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기업 입맛에 딱~" 기술부터 판로까지 전방위 맞춤지원

머니투데이 정혁수 기자 | 2021.08.12 04:20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소속 연구원들이 식품관련 분석 데이터를 보면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국가식품클러스터 입주기업인 김치회사 '나리찬(NARICHAN)'의 근무환경은 좀 색다르다. 다른 여느 김치업체에서처럼 위생복을 입은 근로자들이 보이질 않는다. 대신 은색 빛의 딴딴한 '피부'를 가진 힘좋은 로봇이 제조공정을 책임지고 있다. 절인 배추를 가득담은 20kg 박스를 손쉽게 들어 올리고, 정해진 시간에 이를 약속된 장소에 실어 나른다.

"무게가 있기 때문에 기존 근로자들이 옮길때는 힘도 부치고, 또 옮기다 안전사고도 나고 그랬어요. 여성 근로자들이 맡아 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던 게 사실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협동로봇을 배치했는 데 가공시간도 단축되고, 작업과정에서의 사고발생률이 크게 줄어 다들 좋아합니다. 생산성이 개선되니 매출증가는 자연스럽게 따라 오더군요"(문성찬 나리찬 대표)

국내 첫 식품산업단지인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산학연 네트워크를 통해 입주기업들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확대하면서 현장 관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다양한 기술지원사업을 통해 식품기업들의 연구활동을 지원하고 이를 학문적으로 체계화함으로써 기업들의 산업경쟁력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는 평가다.

나리찬은 올 초 협동로봇을 현장에 도입했다. 평소 입주업체의 애로사항에 귀 기울이던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에서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한국식품연구원이 마련한 '식음료 산업분야 제조로봇 전국투어 설명회'를 소개한게 계기가 됐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이 한국식품연구원과 함께 작업자의 노동절감, 안전예방 등을 위해 도입한 협동로봇 모습. 작업자들이 기피하는 공정에 협동로봇을 투입해 가공시간을 단축하고, 노동강도를 감소시키는 등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이 한국식품연구원과 함께 작업자의 노동절감, 안전예방 등을 위해 도입한 협동로봇 모습. 작업자들이 기피하는 공정에 협동로봇을 투입해 가공시간을 단축하고, 노동강도를 감소시키는 등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김치 제조 공정중 절인 배추를 옮겨 붓는 '배추투입' 공정의 경우, 박스당 무게가 20kg에 달해 성인 두 사람이 들기에도 버거웠다. 이 작업을 오래할 경우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거나 안전사고에 노출될 위험이 커져 그동안 근로자들이 기피하는 작업 중 하나였다. 또 근로자들의 컨디션에 따라 제품 품질에도 영향을 받게 돼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기도 했다.

제조 인력이 협동로봇으로 대체될 경우, 고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는 기우였다. 오히려 고용은 늘어나고, 생산성도 개선됐다. 로봇이 힘든 작업을 대신하면서 여유 인력을 보다 생산적인 분야에 투입할 수 있게 됐고, 제조 공정이 스마트화 되면서 젊은 구직자들이 몰려 1석2조의 효과를 가져왔다. 매출도 기존 7억원에서 60억원으로 확대됐다.

문성찬 나리찬 대표는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하면서 기업운영, 판로·마케팅, 공정 효율성 개선 등 전 분야에 걸쳐 식품진흥원의 도움을 받고 있다"며 "이같은 기업 맞춤형 지원이 없었다면 해외 수출 등과 같은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소속 파일럿팀 팀원들이 가공시설물을 점검하고 있다.
국클
또 다른 입주기업 네오크레마는 갈락토 올리고당에 대한 장내 염증반응 개선 실험 결과를 글로벌 과학저널인 '엘서비어(Elsevier)'의 카보하이드레이트 폴리머스(Carbohydrate polymers)에 게재해 관심을 끌었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이 저널은 식품, 섬유, 제약 등의 바이오분야 전문 학술지로 저널 영향력지수(Impact factor)가 9.38에 달하는 SCIE(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학술지로 정평이 나있다.

이번 실험결과는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의 기술지원사업으로 진행됐다. 경기대 신광순 교수 연구팀과 함께 한 공동연구로 네오크레마의 갈락토올리고당 섭취시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생산이 감소되고, 대장 상피세포에 존재하는 뮤신(muci) 분비를 증가시켜 대장염 억제 및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식품진흥원은 기술지원사업을 통해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적극 해소하고 있다. 국가식품클러스터내 12개 기업지원시설과 산학연 네트워크를 통해 식품기업의 시제품생산, 검사분석, 포장물류 유통은 물론 기능성 연구 등을 뒷받침함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도모한다.

김재환 네오크레마 대표는 "이번 연구로 갈락토올리고당의 장내마이크로바이옴 변화, 변비개선, 피부개선 효과와 더불어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기능성을 추가로 입증하게 됐다"며 "이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글로벌 경쟁력을 더 공고히 하게 돼 시장개척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네오크레마의 갈락토올리고당은 최근 주목받는 미생물 산업인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기능성 제품으로 해외 글로벌 업체에 공급되고 있다. 식품에 위해성분이 없음을 인정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GRAS 인증과 세계 3대 할랄인 무이할랄(MUI HALAL) 등의 인증 등을 다수 획득했다. 네오크레마는 국가식품클러스터 입주 이후 2016년 매출 144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2020년엔 221억원을 달성했다.

김영재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이사장은 "국가식품클러스터는 건강기능식품 등 식품기업들의 연구는 물론 생산,유통,수출 등 모든 분야를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기업활동의 최적지"라며 "앞으로도 국내 식품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더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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