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결제 다크호스 'BNPL'···국내 확산 가능성은?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 2021.08.15 06:06
호주에서 시작된 디지털 무이자 할부결제 서비스 'BNPL(Buy Now Pay Later)'이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주목받는다. 당장 현금과 신용카드가 없어도 무이자 할부로 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서구 젊은이들을 자극했다. 미국 온라인 결제서비스 기업 '스퀘어'가 호주 대표 BNPL사 '애프터페이'를 290억달러(약 33조원)에 인수하기로 할 정도로 가능성도 인정받았다.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 출생한 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우리나라에서도 확산될 수 있을까.


호주에서 출발한 BNPL, 미국·유럽으로 확대 조짐


BNPL을 우리말로 바꾸면 '선구매 후결제' 서비스로 규정해 볼 수 있다. 물건을 구입하고 나중에 대금을 지불한다는 점에서 신용카드 서비스와 비슷하다.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위한 신용등급 조회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진입 장벽이 더 낮은 것이다. 월 단위가 아니라 매주 혹은 격주로 나눠서 할부로 물건값을 지불할 수 있다는 점도 다르다.

호주의 경우 신용카드 발급 기준이 굉장히 까다롭다. 신용카드가 있어도 고가의 물품 값을 나눠서 지불하는 할부제도도 없다. 급여는 월급 개념이 아닌 2주마다 2주급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온라인 소비 핵심 세대로 부상했지만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젊은층의 구매욕구와 BNPL이 자생할 수 있는 금융 환경이 맞아 떨어지면서 호주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BNPL은 같은 영어권인 미국 결제 시장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스퀘어의 애프터페이 인수 결정과 함께 미국 대표 BNPL사인 '어펌'을 아마존에 이어 미국 이커머스 2위 업체 '쇼피파이'가 인수할 수도 있다는 설도 나온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를 기준으로 호주 에프터페이와 미국 어펌의 결제 대금은 각각 115.2%와 61.2%가 증가했다.

BNPL은 호주와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BNPL 시장은 고속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며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소비자들은 저렴하고 편리한 BNPL을 선택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무이자 할부 이미 있고, 규제 장벽 높아…국내서 BNPL만의 장점 찾기 어려워"


BNPL 형태의 결제 서비스가 신용카드 결제가 보편화된 국내에서 통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BNPL만의 장점이 국내에서 특별히 경쟁력을 갖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보인다.

미국이나 호주와 달리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발급이 크게 어렵지 않고, 이미 카드를 활용한 무이자 할부 거래가 활성화돼 있어서다. 더욱이 호주는 카드를 긁으면 가맹점이 현금 결제할 때보다 추가적으로 더 비용을 내라고 요구해도 된다. BNPL을 이용하면 현금과 동일한 물건값을 지불하는 것이 호주에선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요구가 불법이어서 BNPL만의 편익이라고 보기 어렵다.

규제 이슈도 있다. 서구권은 사후규제에 포커스가 맞춰진 반면 국내는 사전규제가 주류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업체들이 혁신금융 '찬스'를 통해 여신전문금융업에 준하는 후불결제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준비중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신전문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신용카드 업체가 아닌 이상 국내에서 BNPL처럼 할부금융을 제공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부 업체들의 시도가 있는 것으로 알지만 금융 환경이 달라 특별히 기존 결제 시장에 위협을 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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