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슬림 핏'(slim fit) 옷처럼 딱 맞는 주택정책이 필요하다

머니투데이 김승배 회장 | 2021.08.11 07:42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 (피데스개발 대표이사)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 (피데스개발 대표이사)
필자는 얼마 전 가지고 있던 바지 폭을 모두 확 줄였다.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슬림 핏'(slim fit) 디자인으로 바꾼 것이다. 몸에 맞는 느낌이 좋았다. 슬림 핏의 사전적 의미는 '통을 좁게 만들어 몸에 딱 맞는 옷'이다.

집도 몸에 딱 맞아야 편하다. 한 명이 사는 집, 두 명이 사는 집이 똑같을 수 없다.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수, 그 집에 사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집이 필요하다. '국평'이라는 말이 있다. '국민 평수'의 줄임 말로 전용 84㎡ 아파트를 일컫는 말이다. 욕실 2개에 방 3~4개가 있는 3~4명이 살 수 있는 대표적 아파트다.

최근 1, 2인 가구가 늘면서 소형주택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인구 절벽을 걱정할 할 만큼 인구가 늘지 않는데도 가구 수가 증가한 것에는 1, 2인 가구 증가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총가구 수는 1757만 가구에서 2020년 2148만 가구로 391만 가구가 늘어났다. 일반가구의 평균 가구원 수는 2010년 2.69명에서 2020년 2.34명으로 크게 줄었다. 2020년 일반가구 중 1인가구는 664만 가구, 2인가구는 586만가구로 1, 2인가구가 59.8%를 차지한다. 2010년의 1, 2인가구 48.1%에 비해 416만가구나 증가했다. 최근에는 증가속도도 가파르다.

결혼을 미루는 추세, 출산율 감소, 이혼, 졸혼 증가 등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영향을 미치면서 1, 2인 가구 증가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우리나라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약 33세, 여성 약 31세다. 1990년 남성 28세, 여성 25세였으니 5, 6년 더 늦게 결혼하는 것이다. 부모와 같이 사는 사람을 제외하면 독립해 혼자 사는 기간이 그만큼 늘어난다. 자녀 없이 부부만 사는 2인가구도 늘어나고 있다. 맞벌이가구(DINK), 자녀 출가 후 부부가구(TONK)가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원인으로 늘어나는 1, 2인 가구가 새로운 주택공간 트렌드를 이루고 새 수요를 만들고 있다.


혼자 사는 집, 두 명이 사는 집은 일반적으로 지어지고 있는 3, 4인용 집과 근본적으로 다른 수요특성을 가진다. 작지만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한 공간으로 구성된 소형, 초소형이지만 교통이 편리하고 생활편의시설 접근성이 뛰어난 도심 입지를 선호한다. 이러한 수요의 물밑에는 우리 사회 삶의 변화가 흐르고 있다. 이 추세는 쉽게 변하지 않고 오래 갈 것이다.

1, 2인용 가구가 살 수 있는 주택은 대부분 '준주택'이나 '대안주거' 형태로 공급되어 왔다. 오피스텔, 기숙사, 생활형 숙박시설, 도시형 생활주택 등이다. 202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총가구 수 412만6000 가구 중 31만8000 가구는 오피스텔, 숙박시설 및 기숙사 등 주택이외의 거처에서 살고 있다. 2015년 총 391만5000 가구 중 20만4000 가구 대비 크게 늘었다. 새롭게 늘어난 21만1000 가구 중 54%가 비주택 거처에 살게 된 것이다. 그동안 주택공급의 아웃사이더로 소외되어 왔던 준주택과 대안주거의 지속적 공급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엔 대안주거인 오피스텔 공급확대가 주택전세시장 안정효과가 있었다는 연구결과 발표도 있었다. 다양한 수요특성에 꼭 맞는 공급정책은 주택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급대책에는 일부 준주택(대안주거) 활성화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군더더기 없이 몸에 딱 맞는 슬림 핏 옷처럼 라이프스타일에 딱 맞는 집에 살 수 있는 주택정책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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