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과 'MB·朴'은 전혀 다르다며 청와대가 한 말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21.08.10 11:14

[the300][청와대24시]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4회 국무회의(영상)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8.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특별한 코멘트는 없습니다."

법무부가 지난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결정한데 대해 청와대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이번 사안은 전적으로 법무부에서 다룬 것으로 청와대와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재차 말씀드리듯이 가석방은 법무부 가석방심의위원회가 규정(기준)과 절차에 따라서 진행하는 것이고, 청와대가 언급할 사안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가석방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퍼미션(permission, 승인)' 없이 결정될 수 없다는 건 상식이다. 문 대통령도 이미 여러차례 이 문제를 언급했었다. 다만 '국민 공감대'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취임4주년 기자회견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의견도 많이 듣고 있다. 경제계뿐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사면을 탄원하는 의견을 많이 보내고 있다"며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서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 더 높여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여러가지 형평성과 과거의 선레,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통령 권한이라 하지만 대통이 결코 마음대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충분히 많은 국민의 의견을 들어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2일 청와대에서 열린 '4대그룹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도 재계의 이부회장 사면 건의에 "고충을 이해한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각계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 얘기를 할때마다 '국민 공감대'를 강조했는데, 사면은 아니지만 가석방 결정으로 이 부회장에게 기회를 줬다. 결국 경제상황을 감안한 결단을 내린 셈이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말을 아끼고 있는건 진보진영의 거센 항의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비롯해 진보 인사들은 문 대통령의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낸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며 함께 촛불을 든 진보진영이 이번 사안을 놓고 쓴소리를 하고 있는데 문 대통령과 청와대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과천=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여영국 정의당 대표와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9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불허 촉구 시위를 하고 있다. 2021.08.09. photo@newsis.com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청와대는 가석방을 진행한 것이 법무부라고 책임을 회피하지만 설득력 부족한 핑계다"며 "법무부가 정부의 대표적 국정과제를 제멋대로 훼손하며 노골적인 재벌 특혜식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을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들이 밝혀올린 촛불을 무참히 불어 끈 것은 다름아닌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다"고 비판했다.

가석방은 사면과 달리 형을 면제받지 않고 구금 상태에서 풀려나는 것을 말한다. 법무부 예규에 따르면 형기의 60% 이상을 채운 수감자는 가석방 대상으로, 이 부회장은 지난달 말 이 기준을 채웠다. 정치권에선 사면의 경우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 소관인 만큼 대통령의 부담을 덜기 위해 가석방으로 결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부회장 가석방을 언급하면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특사)' 얘기를 꺼낸다.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을 결정했다면, 두 전직 대통령도 풀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이다. 두 사안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게 청와대 생각이다. 문 대통령은 4주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전임 대통령 두 분이 지금 수감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국가로선 참 불행한 일이고 안타깝다. 특히 고령이시고, 건강도 좋지 않다고 하니 더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라면서도 "그것이 국민 통합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하고 한편으로 또 우리 사법의 정의, 형평성, 국민들의 공감대,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국민 공감대' 차이가 크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의 경우 코로나19(COVID-19) 극복과 경제 활성화라는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결부된 명분이 있지만,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는 국민을 설득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선 국민 3명 가운데 2명이 찬성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달 23일부터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부회장의 광복절 가석방에 응답자의 66.6%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가석방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특혜 소지가 있으니 하면 안 된다'는 의견은 28.2%에 불과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4%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선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업체가 지난달 26~2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7월4주차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두 전직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해 '반대한다'는 56%, '찬성한다'는 38%로 집계됐다.(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권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 사면은 법무부 장관이 이미 얘기 했듯이 국민 공감대는 물론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물리적으로도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면서도 "문 대통령이 임기를 마무리 짓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여론을 살펴보면서,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전격 사면을 단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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