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계단서 밥먹는 아파트 미화원..오세훈표 보호방안 나온다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 2021.08.10 05:20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하고 있는 미화노동자 B씨의 휴게실은 계단 밑 지하 공간이다. 휴게실은 하수 배수관이 천정으로 지나가고 조명도 어둡고 습하다. 벽지와 냉난방 기구도 제대로 제공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아파트 단지에서 일하는 경비노동자, 미화노동자 등의 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이번 조사는 경비노동자 외에 청소·관리노동자까지 조사대상을 확대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노동·공정·상생정책관은 이달 말까지 시내 아파트 단지 4000여 곳을 대상으로 관리노동자(경비원, 미화원 등)의 근로조건 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서울 내 모든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하는 광범위한 전수조사가 이뤄지는 것은 두 번째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19(COVID-19)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이번 조사는 아파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각종 갑질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경비노동자, 미화노동자 등은 보통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용역업체에 소속된 경비노동자를 간접 고용하거나 입주자대표회의에 직접 고용한다. 입주민들의 입김이 쎌 수밖에 없는 구조다. 관리소장은 물론 입주민들의 폭언과 폭행, 업무 스트레스 등에 노출돼 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상해를 입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아파트 관리노동자 통계자료도 미비한 실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도 "시내 아파트 단지에서 일하는 관리 노동자들의 정확한 숫자 파악도 이번 조사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실태 파악도 포함된다. 미화노동자는 별도의 휴게 공간이 없어 지하에 있는 계단이나 화장실 옆에서 쉬거나 밥을 먹는 경우가 있다. 또 노동자의 근무·휴게공간에 냉난방시설과 샤워시설 보수 등도 미비한 현실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실효적 정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 3월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 노동자 인권 증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공포했다. 조례안은 관리 노동자를 위한 기본시설 설치, 고용환경 개선, 정신적 피해에 대한 심리상담 지원, 폭언·폭행 등 인권과 법률상 피해 발생에 대한 무료 법률 상담 지원, 인권 존중 모범단지에 대한 지원과 관리 노동자 인권 실태조사 근거를 담았다.

특히 조례에 따라 서울시장은 공동주택 관리 노동자의 인권 보호와 고용환경 개선을 위해 '공동주택 관리 노동자 인권증진 및 고용환경 개선 기본계획'을 매년 수립·시행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태 조사 후에 아파트 관리 노동자의 장기 근속을 위한 서울형 공동주택 노동자 권익 보호 방안을 내실있게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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