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재용…'美파운드리·M&A' 삼성 경영시계 빨라지나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21.08.09 19:4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법무부가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확정하면서 미국 현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투자, 3년 내 대규모 M&A(인수합병) 등 지지부진했던 삼성전자의 경영전략에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경제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일자리 창출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 이후 첫 결단으로 주목하는 분야는 당면한 반도체 경쟁 대응 전략이다. 특히 미국 현지 후보지 4곳을 대상으로 검토 중인 파운드리 생산라인 투자는 삼성전자가 2030년 세계시장 1위를 목표로 육성하는 시스템반도체 전략의 향방을 좌우할 가늠자로 꼽힌다. 총 투자 규모가 20조원(170억달러)에 달하는 데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반도체 생산기지 전략에서 미국 현지 생산라인이 담당하는 무게가 남다르다는 점에서다.

반도체업계 한 인사는 "미국 현지 생산라인 신·증설은 수익성 같은 사업적 문제뿐 아니라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을 둘러싼 국제정치 현안과도 맞물린 사안"이라며 "미중 양쪽에 발을 걸친 우리 정부나 삼성그룹의 입장을 고려할 때 총수의 결단 없이는 결정하기 힘든 현안"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 현지 생산라인 신·증설을 공식화한 뒤 4개월 가까이 공장 부지를 확정하지 못한 이유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재계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동맹 줄서기를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국내외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묘안 찾기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세계 1위 대만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는 올 들어 더 벌어진 상황이다. TSMC는 지난 4월 향후 3년 동안 1000억달러(약 115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5월에도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5개를 추가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전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인텔도 바이든 정부의 지원을 발판으로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 34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세계 4위 파운드리업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 나서면서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미국 현지 생산라인 투자가 구체화되면 향후 시스템반도체 10년 투자의 큰 줄기를 잡는 일종의 나침반이 될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로 이런 의사결정의 구심점이 강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현재 주력사업인 반도체 부문을 넘어 '포스트 반도체' 발굴 측면에서 내놓을 구상에도 주목한다. 무엇보다 최근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혁신이 M&A를 통해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지난 1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강조한 '3년 내 의미있는 M&A 성과'가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로 한층 탄력받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전자는 국정농단 사태와 맞물린 사법 리스크로 2017년 전장업체 하만 인수 이후 M&A 시장에서 사실상 손을 뗀 상황이다. 이 기간 엔비디아(ARM 인수), AMD(자일링스 인수), 퀄컴(누비아 인수), SK하이닉스(인텔 낸드플래시부문 인수) 등 경쟁업체들은 유망기업을 싹쓸이하다시피 '쇼핑'했다.

IB업계 한 인사는 "삼성전자의 현금성자산이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100조원을 훌쩍 넘는다"며 "곳간 상황이나 시장 위상, 글로벌 전략을 감안할 때 오히려 최근 4~5년의 모습을 비정상적이라고 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혁신팀장은 "아무리 삼성전자라고 해도 급변하는 기술 변화를 혼자서 따라잡을 순 없다"며 "삼성전자가 잇따라 M&A 성과를 언급한 것도 '혁신의 골든타임'을 또 놓치면 10년 뒤, 20년 뒤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눈여겨볼만한 분야로는 글로벌 유망 반도체·AI(인공지능) 업계가 첫 손에 꼽힌다. AI·5G(5세대 이동통신)·바이오·전장(자동차 전자장비부품) 등 4대 분야를 미래성장동력으로 선정한 데 이어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목표로 2030년 시스템반도체 시장 1위 비전을 밝힌 만큼 관련 분야에서 '신형 엔진'을 물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그룹 주요 계열사가 올 하반기 공채 등 일자리 확대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그룹 계열사는 4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대졸 신입 공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은 수시채용 방식으로 전환했다. SK그룹은 내년부터 전면 수시 채용에 들어간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26일 임직원들에게 전한 첫 옥중 메시지에서도 "제가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삼성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한다"며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의 본분에 충실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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