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예약해 드린 백신에 아빠 온몸 마비" 간호사 딸의 눈물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 2021.08.09 15:41
/삽화=임종철 다지인기자

"걱정말고 백신 맞으셔도 된다고 했는데. 2주만에 중환자실에서 꼼짝 못하고 계시니 후회가 돼서…"

부산 한 재활병원에서 6년째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수정씨(33·가명)는 자기 손으로 직접 아버지 백신 예약을 해드렸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9일 머니투데이와 한 전화통화에서 "의료진으로서 지난 3월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며 "특별한 부작용없이 지나갔고 아버지께도 안심하고 맞으셔도 된다며 예약까지 해드렸는데 너무 후회된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버지 A씨(61)는 지난 6월7일 AZ(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했다. 접종 열흘 뒤인 6월17일 발바닥부터 마비 증세가 시작됐다. 다음날 저녁부터는 하반신에 감각이 점점 없어졌다. 그 때부터 증세가 급격하게 악화됐고 이틀 후에는 걷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김씨는 "처음에는 발바닥에 감각이 없어 '구름 위를 떠다니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며 "다음날 바로 백신을 맞은 병원을 찾아가 피검사까지 했지만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에서는 부작용 같기는 하지만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며 "제대로된 진단을 받지 못하고 집에 와 기다리는 이틀동안 컨디션이 확 떨어졌다"고 했다.

결국 A씨는 6월19일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가야 했다. 전체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었지만 이상 소견은 발견할 수 없었다. 병원에서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김씨는 "AZ나 얀센 백신은 접종 초반 혈전증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니 병원에서도 혈전을 의심했던 것 같다"며 "CT를 찍어도 몸 안 피덩어리를 바로 발견할 수는 없었고 병원에서는 진단명이 나오지 않아 입원도 안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 백신 부작용 많은데… 부작용 인정 안해 답답"


지난 6월7일 AZ 백신 1차 접종을 한 A씨(61)가 6월20일 길랭바레증후군 진단을 받았다./사진제공=A씨 가족
A씨는 백신 접종 약 2주 후인 지난 6월20일 얼굴까지 마비가 올라왔다. 자가 호흡도 힘들어졌고 결국 119에 전화해 대학병원 응급실에 또다시 갔다. A씨는 그제서야 '길랭-바레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 진단을 받았다. 길랭바레 증후군은 감염 등으로 몸 안 항체가 말초신경을 파괴해 마비를 일으키는 신경계 질병이다.

김씨는 "건강했던 아버지가 며칠만에 숨도 혼자 힘으로 못 쉬는 중증환자가 됐다"며 "그 나이대 어른들이 흔히 갖고 있는 고혈압이나 당뇨도 없었고 건강관리도 잘하던 분이었다"고 했다.

이어 "길랭바레는 원인 자체가 최근 심각한 감기 등을 앓았던 게 아니라면 백신 부작용일 가능성이 높다"며 "근데 질병청에서는 코로나 백신은 접종 기간이 짧아 데이터가 모이지 않았다고만 한다"고 했다.


A씨는'근거 자료 불충분'으로 백신 부작용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유럽의약품청(EMA) 등 해외에서는 AZ와 얀센 백신 접종 후 신경 이상이 나타난 희귀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아버지에게 마비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순간부터 백신 부작용과 관련한 신문 기사를 모두 스크랩했다. 그는 "AZ나 얀센에서 길랑바레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기사가 많았다"며 "당연히 부작용 판정이 날 줄 알았는데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의료 현장에서 보면 백신 부작용이 의심되는 환자들이 많다"며 "길랭바레 증후군이 백신 부작용으로 신고되는 사례도 있는데 이슈화가 안되니 국가가 인정을 안해주나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달 병원비가 벌써 1200만원"…'부작용' 판정 못받아 지원도 한계


A씨는 백신 부작용으로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중증환자로 분류돼 판정과 관계없이 1000만원 지원금이 나왔다. 그러나 가족들은 1회성 지원은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A씨가 운영하던 공장은 한 달 넘게 문을 닫았다.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남은 가족들은 직장을 그만 둘 수도 없어 간병인도 구했다.

그는 "병원비에 간병인 비용까지 한 달만에 벌써 1200만원을 썼다"며 "확진자는 국가가 병원비를 지원해주는데 백신 부작용 환자는 병원비는 커녕 인과성이 없다는 결론만 낸다"고 했다.

그는 "현재로써는 6개월 후까지 마비 증세가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병원에서는 1~2년 후 어느정도 회복이 되더라도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할 수 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길랑바레로 마비 증세가 6개월 넘게 지속되면 장애진단을 받아 지원이 된다"며 "현재로써는 장애진단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아버지가 언제 회복될지 모른다는 막연함과 제 손으로 예약해드렸다는 후회까지 뒤섞여 힘들다"고 했다.

김씨는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길랭-바레 증후군' 백신 부작용 인정을 촉구하는 청원글을 올렸다. 해당 청원은 사전동의 100명이 넘어 관리자가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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