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라면 15만톤급 크루즈선과 해양동물들을 보기 위해 접근하는 작은 보트들로 붐볐을 알래스카 글레이셔만이 고요를 찾자, 알래스카 혹등고래들이 행복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코로나19의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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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크루즈 여행 중단…바닷속 생물들 소음 스트레스 줄어━
글레이셔만은 에메랄드빛의 바다와 거대한 절벽, 빙하에서 흘러내리는 폭포 등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알래스카의 명소 중 명소다. 2019년 130만명이 크루즈 여행을 다녀갈 정도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크루즈선 운항이 거의 중단되면서, 소음을 만들어내던 크루즈선 엔진도 멈춰섰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글레이셔만 해양교통량은 전년대비 40% 급감했다.
인공 소음이 줄어들면서 연구자들은 어느 때보다 조용한 환경에서 해양생물들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었다. 수중 청음 데이터, 고래들의 움직임을 담은 영상·이미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전과 다르게 살아가는 혹등고래들의 모습이 관찰됐다.
가브리엘 연구원은 BBC에 "팬데믹 이전 고래들은 더 크고, 더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했다"며 "마치 붐비는 바에서 큰 소리로 대화하는 인간들의 행동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음이 사라지면서 고래들의 대화 방식도 달라졌다. 혹등고래는 이전에 비해 더 넓은 지역에 퍼져 생활했다. 팬데믹 이전에는 고래 간 거리가 200m 정도였다면, 이제는 2.3㎞ 정도 떨어진 상태에서도 서로의 소리를 감지할 수 있었다.
편하게 낮잠을 자거나, 새끼를 출산하는 동안 다른 새끼들을 자유롭게 놀게 두는 행동도 관찰됐다. 크루즈선이나 보트들이 만들어내던 스트레스가 사라진 덕분이다. 특히 고래의 의사소통 수단인 소리와 노래 패턴도 이전에 비해 더 다양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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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크루즈 여행 재개…"인간의 욕망과 환경 사이의 균형 찾아야"━
지난달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 중단 이후 처음으로 관광객 2580명을 태운 '세레나데 오브 더 씨'호가 알래스카에 도착했고, 8월에도 여러 대의 크루즈선이 도착할 예정이다.
가브리엘 연구원은 "관광업의 침체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면서도 "자연의 웅장함을 느끼고자 하는 인간이 욕망과 환경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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