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시간 끌면 처벌 피한다"...공정위 '동의의결' 치명적 허점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 2021.08.04 18:00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2021.5.12/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10년 전 도입해 운영 중인 '동의의결' 제도가 기업들의 제재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공정위가 대안 검토에 착수했다. 동의의결은 기업의 자진시정·피해구제를 전제로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히 종결하는 제도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동의의결 제도에 대해 규정한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령에는 '동의의결 절차를 진행할 경우 사건 처분시효를 정지한다'는 조항이 없다.

이 때문에 기업의 동의의결 신청이 받아들여지고 나서 사건 처분시효(위반행위 종료일부터 7년, 담합은 최대 12년)가 만료된 경우 기업이 애초에 약속한 자진시정·피해구제를 이행하지 않아도 공정위는 이 기업을 제재할 수 없다.

공정거래법상 공정위는 기업이 정당한 이유 없이 동의의결을 이행하지 않을 때 동의의결을 취소하고 다시 사건처리 절차를 밟아 과징금 부과 등 제재에 나설 수 있지만, 이런 경우에는 해당 규정이 사실상 무력화되는 셈이다.


물론 공정위가 동의의결 미이행 기업에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행강제금은 미이행기간에 대해 하루 최대 200만원 수준에 불과해 제재 수단으로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예상 과징금이 큰 사건에서 공정위가 동의의결 이행강제금으로 과징금 수준의 금액을 받아내려면 수십년도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예상 과징금이 1000억원인 사건이 있다고 가정할 경우 공정위가 1년 동안 받을 수 있는 이행강제금은 최대 7억3000만원(200만원×365일)이다. 단순 계산으로 137년에 걸쳐 이행강제금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공정거래법 전문가들은 기업이 동의의결제의 허점을 악용해 계속 시간을 끌다가 사건 처분시효가 만료되기 직전에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로서도 기업의 악용 가능성을 고려해 사건 처분시효 만료가 임박한 사건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동의의결 인용을 꺼릴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위는 이 같은 동의의결 제도의 허점을 인식하고 대안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법 전문가들은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동의의결 이행이 완료될때까지 사건 처분시효를 정지한다'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황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동의의결 제도에 허점이 있어보인다. 동의의결 이행이 완료될 때까지 처분시효를 정지할 필요가 있다"며 "물론 이 경우 처분시효가 지나치게 길어진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제도 취지, 기업의 악용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조치가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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