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완장질하는 '똠방각하'들

머니투데이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 2021.08.05 02:24
채진원 교수
여야 대권주자들 사이에서 네거티브 공방이 거세다. 이런 걸 보면 캠프가 앞세우는 국회의원, 지지자, 빅마우스 등 이른바 '똠방각하'가 본격 활동하는 시기임이 틀림없다. '똠방각하'는 자기가 최고인 양 아는 체하고 거들먹거리며 권세에 편승하여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사람을 칭하는 말이다. 이들의 일그러진 모습은 다채롭다.

지난 7월26일 친여 성향의 유튜브 매체인 열린공감tv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 동거설을 보도했다. 동거의 상대자인 양모 변호사 모친 A씨와 인터뷰를 따서 "유부남이던 양 변호사가 과거 김씨와 동거한 게 사실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양 변호사는 노모의 치매진단서와 처방전을 공개하며 열린공감tv를 향해 "당신들은 부모도 없나. 사죄하고 도덕적, 법적 책임을 지라"고 밝혔다. 윤석열캠프도 "패륜취재"라고 비판하며 열린공감tv 측을 고발했다.

하지만 김건희씨를 둘러싼 논란은 멈추지 않고 '쥴리벽화' 공방전으로 확대됐다. 벽화에는 '쥴리의 남자들'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란 문구와 함께 김씨의 얼굴그림이 등장했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29일 페이스북에 "'쥴리벽화' 건물주, 김건희씨 '쥴리' 인정하면 벽화 내리겠다" 기사를 링크해놓고 "유쾌한 분이네요. 논리적이기도 하고요. 벌써 한판승을 했습니다"란 댓글을 달았다. 그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예수의 길을 걷고 있다"고 주장해 비판받은 인물이다.

문재인정부 균형발전위원회 특별위원을 역임한 모 인사는 페이스북에 "쥴리벽화…이거슨 '팝아트'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풍자'!"라고 올렸다. 또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게시판에 벽화와 관련해 "용자(용감한 사람)" "존경한다" "성지순례 갈 거다" 등 지지자들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이번 벽화사건은 조광조를 반역죄로 죽인 1519년 기묘사화를 닮았다. 이것은 조광조가 역심을 품고 왕이 되려 한다는 '주초위왕'(走肖爲王) 글씨를 나뭇잎에 새겨 벌레가 파먹도록 해 역모로 몬 마타도어 사건이다. 오늘날 민주사회에서 마타도어에 근거한 적대적 혐오정치가 계속되는 것은 위험하다. 벽화를 놓고 '표현의 자유'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사실관계 확인 없는 '여성혐오'를 풍자나 성지순례지로 둔갑시키는 것은 똠방각하의 완장질로 보인다.

똠방에게 완장을 채워주면 권력을 지닌 각하가 된다. 윤흥길의 소설 '완장'에서 동네 건달인 임종술은 어느 날 동네 저수지 감시원으로 발탁돼 완장을 찬 후 완장권력에 빠져 사람들을 괴롭히고 마을사람들 위에 군림한다. '완장'은 똠방들의 권력중독현상을 꼬집는 작품이다.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자리이기에 '완장처럼' 군림하려 하기보다 봉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요즘 정치권은 혐오범죄를 막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부르짖고 있다. 한 손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하면서 다른 손으로 완장질하는 똠방각하들을 어쩌면 좋겠는가. 법 제정 이전에 똠방각하의 완장부터 벗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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