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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한미훈련인데…3월엔 "떼떼" 8월엔 "용단을"━
이는 김 부부장이 지난해 3월3일 본인 명의 첫 담화문을 발표하며 북한군의 화력전투 훈련에 대한 청와대의 유감 표명을 겨냥해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 방식에 경악"이란 표현을 쓴 것과 비교하면 표현 수위를 대폭 절제한 것이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이 통신선 복원을 두고 '수뇌(정상)분들의 합의에 따라'라며 정상간 합의사안 임을 거론한 것을 감안하면 김 부부장이 대남 메시지의 격식을 높임으로써 오빠인 김정은 총비서의 통신선 복원 결정을 부각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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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통신선 결정' 부각 의도 ━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연합훈련을 북한이 모르고 있지 않았음에도 통신선 복원을 하겠다 한 것이니 여기서 김여정이 거친 표현을 하면 김정은의 결정에 대한 문제제기가 된다"면서도 북한측이 통신선 복원을 지난달 7월27일 결정한 것을 두고 "연합훈련을 중단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도 "김정은의 결단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시도"라고 말했다.
같은해 김 부부장은 △'쓰레기들의 광대 놀음'(6월4일) △'배신자들과 쓰레기'(6월13일) △'쓰레기들의 반공화국삐라살포망동'(6월17일)등 표현을 쓰며 탈북민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비판하고 우리 정부에 대응을 요구했다.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북한 사회 폐쇄성이 강화됐다는 취지로 했던 발언을 한 강경화 외교장관을 두고 '주제넘은 평을 하며 내뱉은 말' '망언'(12월8일)이라는 표현도 했다. 김 부부장은 올들어서도 1월12일 합동참모본부가 북한의 심야 열병식 정황 정황 포착 발표를 하자 '특등 머저리'라고 비난한 것을 시작으로 3월16일 한미연합훈련을 준비하는 '남조선당국자'를 겨냥, '떼떼'(말더듬이) 등 표현을 썼다. 문 대통령과 탈북민을 각각 겨냥해 '미국산 앵무새'(3월30일) '쓰레기들의 준동'(5월2일)이란 욕설·비하표현도 했다.
반면 대미 메시지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김정은 위원장과의 특별하고도 굳건한 개인적 친분관계를 잘 보여주는 실례'(2020년 3월22일) 등 친분을 표시하거나 욕설·비하를 자제하고 '꿈보다 해몽'(2021년 6월22일) 등 비교적 완만한 표현을 써왔다. 다만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는 '쓰레기 같은'이란 표현(2020년7월10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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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고위 외교관 출신 野 태영호 의원 "바이든 정부 첫 한미관계 시험대"━
양무진 북한 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전체적인 톤은 통신선 복원 이후 내외의 남북 관계에 대한 기대감 등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며 "통신선 복원이 김정은의 결단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우리측의 용단을 주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종철 경상국립대 교수는 "한미 훈련이 동북아 군사력 대비 태세 측면만이 아니라 전시작전권 반환, 용산기지 반환 등 다양한 주권 문제와 결부돼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 정부를 설득해, 남북-북미 협상을 통한 한반도 군축 평화와 비핵화의 마중물로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박원곤 교수는 "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복귀 의사를 전혀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연합 훈련의 일방적 중단은 북한에 대한 카드를 버리는 행위"라며 우려했다.
북한 고위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입장문을 통해 "지난 한 주일 동안 정부와 여당이 보인 남북 대화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김정은 남매를 더욱 오만하게 만든 셈"이라며 "김여정이 한미연합훈련 중지를 공식 요구해 나섬으로써 바이든 정부 들어 처음으로 한미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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