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침묵으로 대응하던 여가부가 정치권 등에서 역할론에 대해 비판이 거세지자 마지못해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코로나가 심각한 이 시국에 여가부 주최로 진행한 캠프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사실마저 드러나면서 뭇매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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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혐오·인권 침해 있어서는 안돼" 한발 늦은 입장 표명 ━
최근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의 주인공인 안산 선수의 숏커트 머리를 둘러싼 '페미' 논란과 대권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씨 비방 벽화 논란에 대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여성 혐오적 표현이나 인권 침해적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여성 혐오 행위를 멈춰줄 것을 촉구했다.
일부 누리꾼은 도쿄올림픽에서 사상 첫 올림픽 여자 양궁 3관왕을 거머쥔 안산 선수에 대해 숏커트를 하고 여대를 다닌다는 이유 등으로 '페미니스트'라고 규정하고 안선 선수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악플을 달거나 금메달을 반납하라고 주장하는 등 도를 넘는 온라인 학대를 했다.
이런 비상식적인 태도에 대한양궁협회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협회 차원에서 안산 선수를 보호하고 악플러에 대한 고소·처벌을 해줄 것을 요청하는 게시물이 쏟아졌다.
지난 28일에는 서울 종로구 한 중고서점 외벽에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등장했다. '쥴리의 남자들', '영부인의 꿈!'이라는 문구와 함께 김씨가 강남 유흥주점의 접객원 '쥴리'였다는 루머를 담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온라인에서는 '표현의 자유다', '인격 살인이다'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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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목소리를 내야할 때 침묵" 비판 이어져 ━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0일 서울 종로의 한 건물 외벽에 윤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를 두고 '우리나라 여성 운동은 여당이 허락한 페미니즘 뿐인가요'라며 여가부를 정면 비판했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에서"이 사건은 정치적 공격을 위해 한 인간이 '여성임'을 도구로 삼아 공격한 잔인하기 짝이 없는 폭력"이라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여성 인권과 양성평등 관련해 명함을 판 사람이라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목소리를 냈어야 하는 사건인데 모두 어디있나"라고 물었다.
전여옥 전 새누리랑 의원도 "무서운 나라에서 소름 끼치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다. 참 야비하고 부끄럽고 천박한 짓"이라면서 "언제 우리나라가, 우리 국민이 이 지경이 됐나. 여가부 장관은 어딨나"라고 여가부의 무대응을 지적했다.
이 가운데 여가부가 주최한 캠프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또다시 질타를 받았다. 여가부는 충북청소년종합진흥원과 지난 24일부터 충북 괴산군에서 11박 12일 일정으로 캠프를 진행했다. 캠프에는 충북도내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등 총 29명이 참여했는데 이 중 8명이 확진됐다. 캠프는 중단되고 음성 진단을 받은 나머지 21명은 자가 격리 중이다.
한 누리꾼은 "여가부가 분명 잘한 일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일 잘못한 일은 진짜 목소리를 내야할 때 침묵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누리꾼은 "선택적으로 침묵한다면 여가부 스스로 폐지론에 힘을 싣는 격"이라며 "제대로 된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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