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가계대출 타깃 '은행→제2금융권' 변경…왜?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 2021.07.31 06:11

[이슈 속으로]

편집자주 | 금융권의 뜨거운 이슈를 갈무리합니다.

이슈속으로 /사진=머니투데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타깃이 은행에서 제2금융권으로 옮겨갔다. 은행권 가계대출을 옥죈 '풍선효과'로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폭증해서다.

은행권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인해 고신용자들이 2금융권으로 유입되면서 2금융권은 가만히 앉은 채로 우수고객을 맞이 했다. 반면 법정 최고금리까지 24%에서 20%로 낮아지면서 저신용자들은 이제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가 더 힘들어졌다. 게다가 2금융권의 대출총량을 관리할수록 심사는 깐깐해진다.



작년 상반기보다 6배 불어난 저축은행 가계대출…농협상호금융, 이례적 증가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을 3~4%대로 관리할 방침이다. 연간 목표치(5~6%) 달성을 위해 가계대출 관리에 고삐를 쥐겠다는 것이다. 주요 타깃은 제2금융권이다. 상반기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예사롭지 않아서다. 특히 금융당국이 주시하는 곳은 저축은행과 농협상호금융이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제2금융권의 상반기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보다 21조7000억원 불어났다. 2020년 상반기 4조2000억원 감소했던 것과 대비된다. 2019년 상반기 증가액(3조4000억원)과 비교해도 약 6배 가량 증가했다.

이중 저축은행 증가액은 4조4000억원, 농협의 증가액은 8조1600억원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액(1조7000억원) 보다 2배 이상 뛰었다. 작년 상반기 3900억원 가계대출이 감소했던 농협은 올해 상반기 이례적으로 가계대출 증가폭이 컸다.

이와 달리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밀착관리 해온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안정세를 보였다. 5대 주요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대비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은 △KB국민은행 1.5% △신한은행 1.7% △우리은행 2.1% △하나은행 3.4% △NH농협은행 5.8%로 나타났다.



금융당국, 규제차익 수요 편승한 2금융권 대출 경쟁에 '태클'


금융당국이 연일 가계대출 관련 '제2금융권 때리기' 행보에 나서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달부터 확대 시행된 (DSR)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시장에서 나타나자 이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즉 DSR 규제 강화 등으로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제2금융권으로 몰려가는 상황이 되니 제2금융권이 자발적으로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달라는 것이다.

전체 규제지역에서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연소득과 상관 없이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받는 경우 은행은 DSR 40%가 적용되지만 제2금융권은 DSR 60%까지 대출이 된다. 이 때문에 제2금융권에 빌리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반기 상호금융사들이 내준 신규 대출을 내준 사람들의 신용도를 살펴보니 과거보다 신용등급 1등급인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며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던 사람들이 대출 여력이 줄자 제2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글로벌 금리 상승 가능성에 따라 대출 이용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도 우려한다. 과도하게 빚을 낸 사람들이 연체자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금융사 입장에서도 부실채권이 늘어 건전성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현재로선 제2금융권의 DSR 규제를 (은행권에 맞춰) 일률적으로 바꿀 생각은 없다"고 밝혔지만, 금융당국이 머지 않아 비은행권 DSR 규제를 40%로 낮출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금융당국 압박에 일부 2금융권 대출영업 올스톱 위기…업계 '울상'


저축은행들은 지난주부터 연이어 금융당국 호출을 받고 가계대출에 대한 '구두경고'를 받았다. 가계대출이 급증한 일부 캐피탈사도 금융당국으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업계는 당장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줄이고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기업대출을 늘리거나, 수익이 보장되는 대체투자를 찾는 등 포트폴리오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수익은 다소 적을 수 있지만 은행권에서 넘어온 고신용자들을 포기하는 대신 신용도가 떨어지는 사람들을 상대로 대출을 취급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제2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대출 등을 확대하라고 압박하는 동시에 총량규제로 가계대출을 옥죄는 건 결국 2금융권에 우량고객을 포기하란 셈"이라고 말했다.

이는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돈을 구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은행권 가계대출을 옥죌 때부터 대출자들이 2금융권으로 옮겨갈 것이 불 보듯 뻔했다"며 "서민의 돈줄인 2금융권 가계대출을 조이면 심사를 더 빡빡하게 할 수 밖에 없어 저소득·저신용 서민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장 취약한 이들이 규제의 궁극적인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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