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尹에 분노해 그렸다"…'쥴리의 남자들' 앞은 '아수라장'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 2021.07.30 05:09
"어제 밤부터 벽화 앞에 차를 세워두고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막고 있습니다."

29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중고서점 앞에는 십수명이 한 데 몰렸다. 서점 주인이자 건물주인 A씨(58)가 2주 전 설치한 '쥴리의 남자들' 이라는 벽화 때문이다. 이 그림에는 윤석열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헌법적 가치관이 파괴돼 (대선에) 출마했다는 윤 전 총장의 말에 시민으로 분노했다"며 "정치적 이유는 아니다"라고 벽화를 그린 이유를 지인에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벽화 걸린 종로구 중고서점…시민 몰리면서 전쟁터 됐다


29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중고서점 앞에 그려진 '쥴리의 남자들' 이라는 벽화. 보수 성향의 유튜버들이 동원한 차량으로 가려져 있었으나 일시적으로 옮겨졌을 때의 모습. / 사진 = 오진영 기자


보수 성향의 유튜버들과 윤 전 총장의 지지자들은 지난 28일부터 확성기가 달린 차량을 동원해 벽화를 시민들이 볼 수 없도록 가로막았다. 일부 시민들은 '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느냐'며 유튜버들과 언쟁을 벌여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중고서점은 시민·유튜버 등으로 영업에 지장이 갈 정도라면서도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8일에도 벽화 앞에는 확성기를 든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정부와 여당 지지자들을 비방하는 내용의 방송을 이어갔다. 한 유튜버는 "이 장소가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성지'로 지정됐다고 한다"며 "여당 지지자들은 떳떳하다면 숨지 말고 나오라"며 소리쳤다. 이들은 큰 소리를 지르거나 노래를 틀며 소동을 벌였다.

해당 중고서점 관계자에 따르면 '쥴리의 남자들'이 그려진 것은 2주 전이다. 건물주 A씨가 밤이 되면 어두워지는 서점 옆 골목길을 밝게 바꾸기 위해 의뢰한 그림인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언론 등에 알려지면서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지난 28일부터는 그림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차량 3대로 벽화를 가렸다.

가로 15m·세로 2m 크기의 이 벽화는 2개의 그림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그림에는 세로로 '2000 아무개 의사·2005 조 회장·2006 아무개 평검사·2006 양검사·2007 BM 대표·2008 김 아나운서·2009 윤서방 검사'라는 글과 함께 하트 그림에 '쥴리의 남자들' 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두 번째 그림에는 금발의 여성과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라는 글이 적혔다.



"정치적 이유 아냐, 헌법 가치관 파괴돼 대선 출마했다는 말 가소로워"


29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중고서점 벽면에 설치된 '쥴리의 남자들' 이라는 벽화 앞을 보수 유튜버들이 동원한 차량이 가로막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A씨와 친분이 있다는 지승룡 민들레영토 대표는 지난 28일 자신의 SNS에 "A씨가 벽화를 그린 이유가 정치적인 것은 아니라고 했다"며 "윤석열씨가 헌법적 가치관이 파괴돼 출마했다는 말을 듣고 시민으로 분노했고, 헌법적 가치인 개인의 자유를 표현하려고 그렸다고 한다"고 전했다.


지 대표는 지난 19일에도 SNS에 A씨와 나눈 대화 내용을 적었다. 지 대표는 "A씨가 '윤 전 총장이 헌법적 가치를 위해 출마했다고 하는 것이 가소로워 벽화를 그렸다'고 했다"며 "벽화를 그린 이유를 밝혀도 된다고 했다"고 적었다. 벽화는 A씨가 작가에게 부탁해 완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광주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A씨는 이 그림을 비방하는 사람들이나 응원하는 사람들 모두에 대해 대응하지 말 것을 중고서점 직원들에게 공지했다.

서점 관계자는 "저분들(보수 유튜버) 때문에 영업에 지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사장님 말씀 때문에 별도의 대응 없이 영업을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까지 출동하며 '아수라장'…보수 유튜버 vs 시민 말다툼도


현장에는 벽화 골목으로 진입하려는 차량과 주차 차량 주인들이 갈등을 빚으면서 경찰까지 출동했다. 또 '불법주차된 차량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종로구청 직원들이 출동해 차량을 이동시키도 했다.

일부 시민들과 보수 유튜버·윤 전 총장 지지자들은 한 데 몰려 말다툼을 벌였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윤모씨(70)는 "영업 방해가 아니면 뭐냐"며 "저런 사람들 때문에 한국 보수 지지자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듣던 일부 보수 유튜버들은 윤씨를 촬영하며 "아직도 저런 '대깨문'(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비하하는 발언)이 있느냐"고 조롱했다.

현장을 통제하던 인근 파출소 관계자는 "아직까지 충돌이 발생한 적은 없지만 혹시 모를 비상상황에 대비해 현장을 지키고 있다"며 "사람들이 많이 몰려 방역수칙을 위반할 우려도 있어 당분간은 주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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