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가 성희롱해도 말할 데 없다…무책임한 10대들의 놀이터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 2021.07.31 11:00

네이버제트 제페토 면책조항 과도해…플랫폼 책임회피 지적

/사진=네이버제트
국내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이용약관이 성폭력 콘텐츠에대한 광범위한 면책조항을 담아 이용자 피해를 외면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메타버스상 성폭력 우려 속 약관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네이버제트의 제페토 이용약관에 따르면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불쾌하고 선정적이며 모욕적인 자료에 노출될 수 있고,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이런 위험요소를 받아들이는 것에 동의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회사는 사용자의 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해 합당한 조처를 하고 있으나, 해당 콘텐츠 노출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100% 완벽하게 예방할 수 없다'고 적었다.

더불어 '서비스에서 이용 가능한 자료와 이용자 행위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책임 제한 조항도 포함했다. 제페토에서 발생하는 사이버 폭력을 네이버제트가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면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는 천재지변이나 회원의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회사의 고의·과실이 없는 경우 등으로 면책요건을 구체화했다.


美 로블록스 이용약관 따왔나…"국내 실정에 안맞아"


/그래픽=김지영 디자인 기자
법조계에선 불공정약관 소지가 있다고 본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 제7조에 따르면 △사업자의 고의나 중대 과실로 인한 법률상의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의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거나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고객에 떠넘기는 면책조항은 금지돼 있는데, 제페토는 사업자 과실 여부에 대한 언급 없이 이용자에게 무조건 위험요소에 동의하라는 식이어서다.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대표 변호사는 "네이버제트가 이용자의 모든 콘텐츠를 일일이 검토할 순 없지만, 최선을 다해 불쾌한 서비스를 막아야 한다"라며 "그런데 해당 조항만 보면 사업자의 고의나 중대 과실로 발생한 피해까지도 이용자가 책임을 묻지 못하게 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는 이용자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약관법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제페토가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의 이용약관을 그대로 가져온 게 화근이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국내 서비스 약관이 대부분 비슷한데, 해당 조항은 생소한 내용"이라며 "제페토가 글로벌 서비스를 벤치마킹하면서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내용을 가져온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실제 제페토의 이용약관은 로블록스와 유사하다. 로블록스는 이용약관에 '이용자는 단독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동의하며, 당사는 불쾌하고 외설적이며 불법적인 제3자의 콘텐츠에 대해 이용자에게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용자는 서비스 이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손해에 대한 위험을 감수한다'는 책임 제한 조항도 있다.

이에 대해 네이버제트 측은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공정위도 메타버스 플랫폼 이용약관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공정위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백 건씩 불공정약관 신고가 접수돼 업무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이용자 신고가 들어오거나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면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용약관과는 별개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발생한 피해는 소송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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