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SaaS 블루오션...틈새 뚫으면 대박"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 2021.08.03 09:17

[이노피플-투자혁신 이끄는 MZ·VC]박민지 500스타트업코리아 프로그램 매니저 겸 투자심사역

편집자주 | AI·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벤처캐피탈(VC)업계에서는 베테랑 경력자보다 고수익을 얻는 MZ세대 벤처캐피탈리스트(투자심사역)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기술의 미래와 사업성을 내다보고 옥석을 가릴 줄 아는 능력이 1세대 벤처캐피탈리스트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VC업계를 이끌어갈 MZ세대 벤처캐피탈리스트들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 유망산업과 투자전략을 들어본다.

박민지 500스타트업코리아 프로그램 매니저 겸 투자심사역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미국은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 많고 경쟁이 치열하다. 여러 벤처캐피탈(VC)의 투자금도 많이 들어가 있어 새로운 SaaS가 나온다고 해도 투심(투자심의)이 어렵다. 하지만 한국은 완전히 SaaS의 블루오션이다."

박민지 500스타트업코리아 프로그램 매니저 겸 투자심사역은 "SaaS는 고객들을 붙잡는 락인(Lock-in) 효과는 물론, 어떤 나라에도 적용 가능하고 니치마켓(틈새시장)만 잡아도 스타트업의 고속성장이 가능한 분야"라며 이같이 말했다.



500스타트업, 2015년부터 한국 펀드 운용…50곳 이상 투자



2010년 설립된 '500스타트업'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VC이자 액셀러레이터(AC)다. 미국 내에서는 2005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AC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와 업계 1~2위를 다툰다.

500스타트업이라는 다소 독특한 이름은 크리스틴 차이와 함께 공동창업자로 나선 데이브 맥클루어가 운영하는 블로그 '500 Hats(모자)'에서 유래했다. 크게 2가지의 의미가 담겨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는 500개의 모자를 쓰는 것처럼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의미,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으로 이뤄지던 VC 시장을 벗어나 500개의 글로벌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LP(펀드 출자자)들에게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것이 두 번째 의미다.

500스타트업이 투자한 곳은 이미 500곳을 넘어섰다. 80개국 가까이 진출해 26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한국 펀드는 2015년부터 운용 중이다. 국내 투자한 스타트업은 50곳 이상이며 스푼라디오, 피플펀드, 핀다, 다노, 코멘토 등 쟁쟁한 곳들을 발굴했다.

글로벌 투자분석 업체 피치북(PitchBook)은 2019년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투자한 VC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투자금을 회수한 VC △엔젤·시드단계 스타트업에 가장 활발하게 투자한 VC로 500스타트업을 선정했다.



"한 산업에 미쳐있는 스타트업, 500의 문을 두드려라"



박민지 500스타트업코리아 프로그램 매니저 겸 투자심사역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박민지 심사역은 500스타트업의 강점으로 폭넓은 글로벌 투자경험을 꼽았다. 특정 국가에서만 통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극소수로 대부분 패턴이 있으며, 해외에서 통한 모델을 한국에 적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인사이트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어떤 스타트업이 와주길 바라는지

"한 산업에 미쳐 있는 스타트업이 문을 두드려 줬으면 좋겠다. 후발주자인지 선두주자인지 보다는 관련 산업 분야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비슷한 사업 구조 속에서 차별화된 '시크릿 소스'를 갖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IR(기업설명) 할 때 자료가 예쁘지 않아도 괜찮다. 해당 산업에 자신 있는 사람은 그 모습이 보인다. 만약 우리가 IR 자리에서 자료만 보고 있다는 것은 그 스타트업 대표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500스타트업 피투자사의 강점은

"AC·VC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우리는 워낙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해 해외에 벤치마크가 있다. 시장을 크게 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접근법이 있는지 찾는다. 현재 무엇이 중요하고 어떻게 실험할지, 언제 어떤 측면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지 액셀러레이팅을 통해 '치트키'를 배울 수 있다. 동시에 모든 것을 신경 쓰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집중할 곳에 집중하고 바로 실험을 돌린다. 다른 AC의 액셀러레이팅은 1년 걸리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최대한 기간을 단축시키고 솔루션을 빨리 찾아 성장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도록 돕는다"

-한국 스타트업의 매력은

"지금이 가장 재밌는 시기 같다. 스타트업의 1세대인 쿠팡이나 배달의민족, 야놀자에서 나온 사람들이 창업을 시작했다. 스타트업의 '제로투원(Zero to One, 무에서 유를 창조)'을 지켜보고 고속성장을 경험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창업하면 좋은 상품·서비스가 나올 확률이 높다. IR 하러 올 때 'ex(전) 스타트업'이 어딘지를 보는 VC들이 많다. 완전히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는 창업가보다는 이런 창업가들을 찾으려고 한다"

-관심 갖는 분야는

"SaaS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SaaS 스타트업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 차별화되는지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경쟁이 심해 새로운 SaaS가 나온다고 해도 투심이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은 완전히 SaaS의 블루오션이다. 한국 창업가들은 SaaS가 무엇인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 시도하지 않는다. SaaS는 비즈니스 모델을 설정한 뒤 전환이 쉽고 락인 효과도 좋다. 니치마켓만 잡아도 성장할 수 있고 언어만 번역하면 다른 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다. 고속성장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SaaS가 최적이다"

-투자 원칙은

"100곳에 투자해 1곳만 대박나면 된다고 생각하는 곳들이 있다. 우리는 절대 그렇지 않다. 우선 우리의 대표와 이사, 매니저 모두에게 성공 그림이 그려져야 하고 스타트업 대표가 구상하는 그림과 우리가 생각하는 그림이 일치해야 한다. 산업 분야가 좋고 상품도 좋더라도 우리와 다른 그림을 그린다면 안타깝지만 투자하지 않는다. 그냥 투자해놓고 조용한 관계로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지적도 있지만 우리는 스타트업 대표와 적극적으로 핑퐁하며 토론하는 VC다. 그렇기에 더욱 좋아하는 스타트업 대표들도 있다. 대표라는 직함은 많은 투자를 받고 유명한 CEO가 될수록 토론 파트너가 없어지는 외로운 자리다. 우리는 시리즈C 이상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한다고 해도 항상 토론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한다"

박민지 500스타트업코리아 프로그램 매니저 겸 투자심사역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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