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만나 '독설 퍼레이드' 한 中…언론·학계 "잘했다" 일제 축포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기자 | 2021.07.27 12:15

트럼프 정부 시절 '방어' 태세에서 '공격' 전환…대미 정책 변화 신호

[톈진=AP/뉴시스] 미국 국무부가 제공한 사진으로 26일 웬디 셔먼 부장관(왼쪽)이 중국 톈진에서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회담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 7. 26.
'중국이 홈그라운드를 지배했다.'

지난 26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셰펑 외교부부장 회담 이후 나온 중국 내 전문가 반응이다. 중국은 회담 내내 '악마화' '협박' '무력과 거짓말' 같은 거친 단어를 동원하며 그동안의 방어적 태도에서 벗어나 시종 공격적 태도로 일관했다.

중국 언론과 학계는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방어에 치중하던 것과 달리 조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와 앞으로 방향성을 보여줬다고 자평한다.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미국에 전달하고 미국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제시했다는 데 특히 주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공산당원과 가족, 유학생 비자제한 철회 △중국 정부 인사들과 기업 제재 중단 △공자학원 단속 중단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의 미국 송환 요구 중단 등을 요구했다.

왕이 부장은 직접 '레드라인'을 언급하며 미국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으로 △중국 사회주의 전복 시도 △중국 발전 방해 △주권침해와 영토 보전 방해 등을 나열했다.



공격과 수비가 바뀌었다?


그동안 미중 분쟁은 미국의 선제 공격과 중국의 맞대응 위주로 흘렀다. 2018년 7월 미국이 340억달러 규모 수입품 818종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340억달러 규모 25% 보복관세 대응에 나선 게 패턴화됐다.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과 대만해협에서 전쟁 위기,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 남중국해 등에서도 미국과 서방이 공격하면 중국이 되받아치는 양상이었다.

중국이 밝힌 요구사항과 레드라인 내용은 새로울 게 없다. 그동안 줄곧 주장해온 것들이다. 중국 여론은 그러나 내용보다는 패턴 변화에 주목한다. 방어가 아니라 공격으로 태세를 전환했다고 의미를 부여하며 고무돼 있다.

우신바이 푸단대학교 미국학센터 소장은 "중국이 미국과 관계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에 요구를 해오다 지금은 미국에 요구한 것인데 미국이 요구사항을 적절하게 처리해야 중·미 관계가 개선되고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대해 비교적 중립적인 시각을 견지해온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중국이 미국에 '레드라인'을 설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며 미국에 관계회복을 위한 시정조치 사항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대미 정책에 있어 중국의 자세에 조정이 있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 보다 직설적으로 미국을 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에서 중국은 강공으로 일관하면서도 미국 정부와 세계의 눈, 자국 여론을 실시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환구시보는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에 회담 시작 1시간여 만에 중국측 발언 내용을 속속 게재했고 미국도 이를 인지했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며 "미국과 서방 언론은 회담 시작 후 거의 10시간 동안 중국 목소리만 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도했다.

리하이둥 중국외교대학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국제 여론전에서 중국이 잘했다"며 "서구, 특히 미국은 여전히 중국에 대한 폄훼를 멈추지 않겠지만 중국에 대한 인식과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적어도 중국 내 여론에서만큼은 중국의 전략이 통한 것 같다. 27일 중국 내 최대 포털 바이두에서는 중국이 미국에 요구목록을 제시했다는 소식이 검색 순위 상위권에 올라 있다. 누리꾼들은 '중국은 더 이상 백년 전 너희들이 괴롭히던 나라가 아니다' '미국은 중국과 협력해 윈-윈 하는 법을 배워라' '중국은 힘으로 미국과 얘기할 자격이 있다' '미국과 더 할 얘기 없다'고 반응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하루 전 회담 후 성명에서 "셔먼 부장관은 미국과 동맹국의 가치와 이익에 반하고 국제 질서를 훼손하는 중국의 여러 행동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 가능성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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