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의 엔딩 10분을 위한 90분

머니투데이 김수정(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21.07.27 10:00
사진제공=넷플릭스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아신전'(이하 ‘아신전’, 극본 김은희, 연출 김성훈)이 공개됐다. ‘아신전’은 조선을 뒤덮은 거대한 비극의 시작인 생사초와 아신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킹덤’ 시리즈의 스페셜 에피소드이자 시리즈의 기원을 다룬 프리퀄이다.

무엇보다 ‘아신전’은 ‘킹덤’ 시리즈를 관통하는 비극의 시작이자 좀비 탄생의 비밀을 품고 있는 생사초의 기원을 그린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과연 좀비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지. 생사초의 정체는 무엇일지. 조선에 창궐한 역병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지. ‘킹덤’ 시즌1과 시즌2 전체를 아우르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생사초에 얽힌 비하인드를 어떻게 풀어낼지는 ‘아신전’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였다.

여기에 더해 시즌2 엔딩을 장식한 아신(전지현) 전사를 다룬다는 것 또한 ‘아신전’이 보여줄 거대한 서사에 관심이 쏠리게 했다. 자연스레 전지현이 ‘킹덤’ 시리즈에 새롭게 아로 새길 존재감에도 관객들의 기대가 집중됐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이러한 숱한 기대감을 과연 ‘아신전’이 온전히 충족시켰는가 하면 절반의 성공, 절반의 아쉬움이라 할 수 있겠다. 러닝타임 중반 이후 등장하는 전지현의 분량은 짧고, 생사초와 역병의 비밀은 분명 흥미롭긴 하나 이를 둘러싼 아신의 전사는 다소 지루하게 늘어진다.



‘아신전’은 춥고 황량한 북방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옮기며 시작한다. ‘킹덤’ 시즌1과 2가 조선의 남쪽인 동래에서 성주, 상주를 거쳐 북으로 향하는 질주의 방향성을 가졌던 것과는 그 배경부터 다르다. 아신은 메마른 북방에서 차별받으며 사는 번호부락의 여진족 성저야인으로 설명된다. 성저야인은 여진족에도, 조선에도 속하지 못한 하층민으로 그려진다.


성저야인은 제 핏줄인 여진족 파저위와 터전을 내어준 조선 사이에서 힘겨운 균형을 잡으며 살아간다. 어린 아신(김시아)의 아버지 타합(김뢰하)은 군관 민치록(박병은)에게 밀정 노릇을 하며 충성을 바치지만 결국 마을은 파저위에 의해 몰살당한다. 여진족에게 가족과 터전을 빼앗긴 어린 아신은 복수의 칼날을 갈며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조선 군관의 부락에서 온갖 수모를 당하며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던 아신은 이 모든 비극이 조선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의 눈물을 흘린다. 아신의 흑화, 빌런 아신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아신이 조선에 분노를 품게 되는 과정이 1시간 가까이 펼쳐진다. 문제는 이 서사가 조금은 평면적이라는 것. 또, 중요한 설정을 스토리나 장면이 아닌 대사로 설명하다 보니 초반 1시간이 더욱 길게 느껴진다. 다이내믹한 좀비 액션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터.

성인 아역, 즉 전지현의 등장 장면은 ‘아신전’이 가장 힘을 준 하이라이트 장면이기도 하다. 뒤늦게 등장한 전지현은 파워풀한 액션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깊은 눈빛 연기로 장면을 채워낸다. 슬픔이 지나간 자리 남은 처연한 고통과 분노를 많지 않은 대사와 눈빛만으로 밀도 높게 표현한다. 등장이 조금 더 빨랐다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후반부 부친과 만나게 되는 장면에서는 전지현의 만만치 않은 연기 내공이 돋보인다. 초반 1시간보다 이 한 장면이 울림이 더욱 크다.

몇 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아신전’은 ‘킹덤’의 팬이라면 분명 흥미로운 작품일 것. 특히 엔딩 10분의 임팩트는 황량하고 매서운 북방의 빌런 아신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펼쳐낼지 기대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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