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졌지만 잘싸웠다' 아니라 '알고도 졌다'[우보세]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21.07.28 03:30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델타변이라고 해서 방역 전략이 달라지진 않습니다."

델타변이가 국내 확진의 절반을 차지하며 4차 대유행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지난 26일, 대책이 무엇이냐고 묻는 기자단 질문에 방역당국자가 내놓은 답변이었다.

비말등을 통한 전파 특성 자체는 다를게 없어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를 중심으로 한 기존 방역 전략을 따라도 된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변이를 거치지 않은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두 배 이상 높기 때문에 기존 방역 전략의 '강화된' 버전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국 입장이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수도권 4단계 등 거리두기를 강화한 것도 델타변이의 전파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이미 델타변이가 상당히 퍼지고서야 뒤늦게 내놓은 대책이지만, 어찌됐든 델타변이 속성에 근거한 정확한 판단에 따른 대책이다. 당국은 이 같은 델타변이 대응법을 그동안 잘 알고 있었다. 이미 델타변이가 우세종이 된 영국과 미국 등에서 이 바이러스의 특성과 위험성, 그에 따른 대응 전략 정보가 물밀듯 쏟아졌고 당국은 관련 내용이 업데이트 될 때마다 정례 브리핑을 통해 언론에 공유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공유된 내용은 전파력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2배 이상 높지만 전파 특성 자체는 다르지 않은데다 백신을 통한 예방효과도 나쁘지 않아 방역의 강도를 끌어올려 백신을 통한 집단 면역 전까지 확산 속도를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정도로 정리된다. 우리보다 델타변이가 먼저 퍼진 국가에서 이미 가동중인 대응법이기도 했다. 미국은 방역 완화 조치를 철회했고 호주는 생필품 구매와 생업을 제외한 외출을 금지하는 사실상의 봉쇄조치를 내렸다.


대응법은 알고 있었을 지언정 당시 당국의 판단은 이들 국가와 달랐다. 당국은 한 달 전 브리핑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델타변이 점유율이 낮고 확산 속도도 느리다"고 설명했다. 물론 "우리도 확산에 대비해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지만 "아직 괜찮다"는 설명에 무게를 더 뒀다.

정부가 지난 달 17일을 전후해 각종 방역 완화 메시지를 내놓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인식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사적 모임 인원을 늘리고 다중이용시설 영업 규제를 완화하는 새 거리두기 개편안을 공개했고 '백신 인센티브'도 발표했다. 방역 완화 신호가 나오기 무섭게 델타변이가 확산됐다. 6월 21~27일 무렵 3.3%에 불과했던 델타변이 검출률은 일주일 뒤 9.9%, 다시 일주일 뒤 23.3%를 거쳐 이제는 50%가 넘는다.

대응법을 알고도 그 반대의 판단을 내린 결과물이 현재의 '우세종 델타변이'인 셈이다. 지난 26일 "델타변이라고 해서 방역 전략이 달라지진 않는다"는 발언을 한 방역당국 관계자는 "델타변이 증가는 기존 감염은 거리두기를 통해 확산이 억제된 가운데 델타변이 감염 비중이 올라간 결과로 볼수 있다"고도 말했다. 아직도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델타변이에는)졌지만, (기존 바이러스와는)잘 싸웠다"는 뜻이 아니길 빈다. 지금까지 상황은 '알고도 졌다'는 쪽에 가까워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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