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영방송인 MBC가 올림픽이라는 국제 행사에서 국격을 떨어뜨린 데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박성제 사장은 26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사장은 "신중하지 못한 방송,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에 대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들과 실망하신 시청자 여러분께 MBC 콘텐츠의 최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특정 몇몇 제작진을 징계하는 것에서 그칠 수 없는, 기본적인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지상파 3사 올림픽 중계 관련 시청자 민원이 154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현재 방심위는 전체 9인 중 7인만 위촉된 상태라 심의기능이 마비된 상태여서 현재로선 MBC의 자체조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이다.
━
"시청자 호락호락하지 않은데"…내부 통제 장치는 허술 ━
이번 MBC 사고를 두고도 삐걱댄 조직개편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월 비용절감을 위해 MBC 스포츠국의 제작 기능을 자회사 MBC플러스로 이관하면서 본사 스포츠PD 인력은 기존 22명에서 10명으로 줄었다. 도쿄올림픽 개막을 두달 앞두고 MBC플러스에서 본사로 2명이 파견됐지만, 이들은 올림픽 준비 경험이 전혀 없어 중계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올초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일본성을 무대 배경으로 쓰며 왜색 논란을 낳은 KBS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양승동 KBS 사장 역시 이달 초 수신료 조정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올 초 어처구니 없는 실수들이 몇 차례 있었다"면서 "지금은 과거와 달리 워낙 보는 눈이 많고 디지털 플랫폼이 다양하기 때문에 검수자와 제작진들이 더 예민하고 철저해야 해 업무량이 많이 늘어난 상태"라며 제작환경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
지상파 방송마저 인터넷 방송화?━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사실 이는 방송사 간 과열된 경쟁 때문에 벌어진 문제로 비단 지상파 방송사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자막처리가 대단한 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한두건 실수가 아니라 계속해서 논란이 나오는 것은 몇몇 제작진의 문제라기보다 자극적으로 관심을 유도하려는 접근방식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선의의 경쟁이란 올림픽 정신을 고려하지 않은 비하와 조롱조의 경기 해설 등은 결국 시청률 과욕이 부른 참사라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인터넷에서 쓰이는 용어나 정서들을 담은 형태의 메시지가 점차 방송에서 만연해지고 있다"며 "이는 결국 시청률 경쟁에서 나온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의 경우 같은 소재를 가지고 방송3사가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시청자를 끌어들일까 고민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눈길을 끌기 위해 무리수를 두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