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 재차의’, 109분을 순삭시키는 연상호의 마술

머니투데이 권구현(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21.07.26 10:48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누가미(犬神)가 돌아온다. tvN 드라마 ‘방법’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노렸던 악신이 소진(정지소)의 육신에 갇혀 행방불명된 것이 1년 4개월 전의 일. 후속편을 암시하는 엔딩에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방법’ 마니아들에게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방법:재차의"(감독 김용완, 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에서 이누가미의 재림을 확인할 수 있다.

"방법: 재차의' 속의 시계는 포레스트 사건의 3년 후를 가리킨다. 중진일보를 나와 독립 언론 ‘도시탐정’의 대표가 된 임진희 기자(엄지원) 앞에 도래한 불가사의한 사건. 되살아난 시체에 의한 살인이 벌어지는 가운데 앞으로 3번의 살인이 예고된다. 현실적인 상식으로는 벌어질 수 없는 ‘방법’만의 오컬트 월드가 이제 TV를 넘어 스크린으로 그 영역을 확장한다.

오컬트 장르는 우리나라 관객이 크게 선호하는 장르는 아니다. 마니아층은 확고하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힘이 부족한 것이 현실. 허나 ‘방법: 재차의’는 세 가지의 호재를 가지고 관객과 마주한다. 우선 드라마를 통해 장르적 진입 장벽을 제법 낮춰놨다는 점. 2.4%의 낮은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꾸준하게 시청자를 끌어들인 결과 최종화엔 6.7%라는 작품 최고 시청률로 고무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또 하나의 호재는 바로 연상호 작가다. 몇 안 되는 대한민국의 1000만 감독이며, ‘부산행’을 주축으로 ‘서울역’ ‘반도’ ‘631’ 등 영화와 애니메이션, 웹툰까지 ‘연니버스’를 만들어 낸 이야기꾼이다. ‘방법’을 통해 또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연 작가의 행보는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가장 큰 요소다. 더불어 좀비는 우리나라 관객에게 가장 익숙한 크리처다. ‘워킹데드’ 시리즈를 비롯 ‘부산행’ ‘킹덤’까지 공포-호러에 약한 관객들도 좀비만큼은 큰 거부감이 없다는 게 이미 입증됐다. 심지어 좀비물은 연 작가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 있어 전작의 매력을 연계하는 건 속편이 가져야 할 필수적인 미덕이다. 하여 영화는 ‘방법’의 반가운 얼굴들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소환한다. 이는 드라마의 12개 에피소드 속에 각 캐릭터의 성격과 서사, 그리고 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잘 담아냈기에 가능한 일이다. 메인 캐릭터인 임진희(엄지원), 백소진을 비롯 정성준(정문성), 김필성(김인권), 탁정훈(고규필) 등 조연 캐릭터까지 소중하게 빚어냈던 인물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심지어 분량이 많지 않았던 후배 기자와 부하 형사들까지 그대로 재출연하며 캐스팅의 디테일을 살렸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오리지널 캐릭터와의 재회가 반가운 만큼 스토리 상 다시 등장할 수 없는 캐릭터와 배우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실제 같은 무당 연기로 드라마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과시했던 조민수와 최종 빌런 진종현을 연기하며 지금까지 알고 있던 모습과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준 성동일의 빈자리를 채우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장르물에 있어 빌런은 작품 전체의 방향을 조율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 하여 대체불가한 두 사람의 존재감을 ‘재차의’로 채워넣으며 좀비 군단이라는 물량공세를 내세웠다.

재차의(在此矣)란 고려부터 조선 전기까지 인물, 역사, 문학, 제도, 풍속, 설화 등에 대한 기록을 담은 ‘용재총화’ 제3권에 등장하는 요괴의 일종으로 ‘여기 있다’는 뜻을 지닌 되살아난 시체를 말한다. 손발이 검은색이고 걸어 다니며 움직이는 동작이 부자연스럽다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좀비와 매우 닮아있다. 여기에 생전의 기억으로 사람의 말도 하며, 지혜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을 더했다. 유래가 우리나라라는 것에 기대어 ‘부산행’ 이후 언급되는 ‘K-좀비’라는 단어에 가장 가까운 존재가 탄생한 셈이다.

하지만 재차의의 움직임은 ‘부산행’이나 ‘킹덤’ 등 여타 좀비물과 다른 궤도를 달린다. 주술사의 계획대로 움직인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 하여 일사불란한 단체 행위부터 전략적인 전술 행동까지 가능하다. 그간 좀비들이 저돌적인 질주와 식인 본능으로 공포를 조성했다면 재차의들은 죽지 않는 좀비 군단이 빚어내는 위압을 선사한다. 단체가 같은 움직임으로 목표를 추격하고, 건물 높은 곳에서 맨 바닥으로 뛰어내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며, 달리는 차량 위를 날렵하게 건너뛰며 주인공들을 위협한다. 관절을 무시하는 재차의의 움직임이 단체로 하나의 합을 이룰 땐 마치 잘 짜여진 아이돌 그룹의 단체 군무를 보는 것처럼 짜릿하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전체적으로 ‘방법: 재차의’의 만듦새는 군더더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장르물에 필요한 재미를 적절하게 갖춘 모범답안지다. 가장 인상적인 신은 재차의들의 카체이싱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택시 위를 넘나드는 재차의의 역동적인 움직임은 90% 이상 실제 촬영했다는 게 믿기 힘들 수준. 이를 완벽하게 구현해 낸 촬영팀과 스턴트 연기자들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나아가 가장 환영할 만한 설정은 백소진의 성장이다. 소진은 3년이라는 시간 속에 이누가미를 제어하기 위한 노력을 거듭했다. 이에 트라우마와도 같은 방법의 운명을 극복하고 다양한 방술을 체득해 퇴마사와 같은 모습을 갖췄다. 덧붙여 고등학생에서 성인이 된 만큼 달라진 소진의 비주얼도 ‘방법: 재차의’를 기다린 마니아에겐 빛과 같은 선물이다.

전작에 익숙해진 팬들에게 있어 영화의 리듬은 다소 빠를 수도 있다. 한정된 러닝타임 안에 극을 펼쳐내다 보니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심도를 오롯하게 따라잡지 못한다. 캐릭터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그려낼 수 없고, 전작처럼 사회적인 문제 – 분노 범죄, 학원폭력 등 – 를 짚고 넘어가기가 힘들다. 하여 독립된 한편의 작품으로만 영화를 바라본다면 재미있는 장르 영화로만 비칠 수 있다. 허나 ‘방법: 재차의’는 시리즈물이다. 드라마를 통해 구축된 세계관을 확장하는 연장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작품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사전 예습을 꼭 권하고 싶다. 에필로그 후 크레디트가 다 올라가고 등장하는 쿠키영상을 위해서라면 필수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무엇보다 ‘방법: 재차의’의 개봉은 우리나라 콘텐츠 유통의 색다른 변주라는 것에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중요성을 외친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국내에는 TV 시리즈로 인기를 끌어 극장으로 영역을 넓힌 콘텐츠가 극히 드물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시장의 위기까지 언급되는 옆 나라 일본에서는 굉장히 활발한 사례다. 일본은 지난해 코로나 시국 속에서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20년간 지켜온 역대 흥행 1위 기록을 새롭게 갈아치웠다. 그 주인공은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무한 열차 편’. 일본 내 최종 수익은 400억 엔으로 TV 애니메이션 시즌1의 성공 이후 후속 이야기를 극장판으로 풀어냈기에 가능했던 성과다. 우리에게 익숙한 마블 스튜디오 역시 디즈니 플러스를 바탕으로 극장과 TV를 넘나들며 마블 유니버스를 무한 확장 중이다. 이미 미디어 채널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세계적인 콘텐츠 흐름이라는 방증이다. 그렇기에 ‘방법 유니버스’를 표방한 ‘방법: 재차의’의 세계관 확장이 반가운 지금이다. ‘방법 유니버스’가 ‘귀멸의 칼날’이나 ‘마블 유니버스’ 같은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 대한민국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기원하는 거나한 치성굿이 이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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