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에서는 이 창업 유형을 실리콘 밸리 모형이라 이름 짓고, 전체 창업 생태계에서 1% 기업만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추산한다. 99%를 이루는 대부분의 유형은 카페·치킨집 창업 등으로 대표되는 생계형 창업이거나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소소하게 영리 활동을 하는 비정규 창업이다.
최근 새롭게 대두하는 창업 유형은 '양손잡이 창업'이다. 학문적으로 보면 '양손잡이 기업' 이론이 개인 수준으로 확장된 현상이다. 오랜 기간 경쟁력을 구축한 주력 영역에서 안정성과 효율성을 추구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도전하는 사업영역으로서 모험성과 혁신성을 추구한다. 과거에는 기업에만 양손잡이 역량이 요구됐다면 이제는 개인에게도 요구되는 시대다. 그렇다면 양손잡이 창업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주부 A씨는 육아 5년차에 접어들며 아이들을 키우는데 필요한 물리적 시간이 줄었다. 여유시간에 미술놀이 키트를 직접 만들어 아이들이 갖고 놀게 했고 이 모습을 소셜 미디어에 올려 미술놀이 키트를 한 달에 2~3회 판매한다. 중견기업 B차장은 최근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을 열었다. 가끔 도난사고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만 퇴근 후 짬을 내면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이라 만족하며 무인점포를 운영 중이다.
이들이 양손잡이 창업가 사례다. 세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째, 전업이 따로 있고 부업으로 창업한다. 둘째,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 같은 창업가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인이다. 세번째, 적극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창업에 필요한 비용의 상당 부분을 절감했다는 점이다.
A씨는 소셜미디어에서 무료로 제품을 홍보했고,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B차장은 직접 점포를 지키거나 매장 직원을 고용할 필요가 없다. 양손잡이 창업가들은 전업을 포기하면서 창업하지 않는다. 오른손으로는 익숙한 일(본업)을 하고, 왼손으로는 디지털 기반으로 도전적인 일(창업)을 할 수 있다.
양손잡이 창업은 제2의 소득원을 갈망하는 시대정신 속에서 태동한 현상이다. 앞으로 양손잡이 창업가가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주식투자 사례를 떠올려 보길 바란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주식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지인들이 뜯어말렸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필수적인 부가소득원으로 인식하고 있다. 양손잡이 창업의 시대를 목전에 둔 지금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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