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켜고 문 여는 상점들, 단속 안한다…"코로나가 더 무서워"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임소연 기자 | 2021.07.26 14:29
2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가 에어컨을 튼 채 문을 열어두고 있다. /사진=임소연 기자.

불볕더위와 함께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확산하면서 여름철 단속 대상이던 '개문냉방'(냉방기를 켜둔 채 문을 열어 손님을 맞는 것)이 권장사안이 됐다. 에어컨 바람이 코로나 비말을 전파할 수 있기에 환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단속에 나선 지자체도 올해는 당분간 단속에 나서지 않을 예정이다.



에어컨 틀고 문 여는 상점들…"코로나 무서워"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영업시간 절반을 매장 문을 열고 영업을 한다. 무더위에도 코로나 걱정에 어쩔 수가 없다.

박씨는 "환기하는게 바람직하다고 해서 문을 열어둔다"며 "에어컨 최대로 틀어도 시원하지 않고 간혹 문을 직접 닫는 손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기료 아끼려면 문 다는게 좋은데 혹시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장사가 더 힘드니까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인근 샌드위치집 사장 정모씨는 이제 환기가 습관이다. 정씨는 "정부 지침에 따라 열어두는데 전기료 내주는 것도 아니고 부담스럽다"며 "마냥 닫지도 열지도 못하는데 코로나 걸리면 장사가 안 되니 생각날 때마다 환기한다"고 했다.

마포구 소재 식당 운영자 김모씨도 "(전기가)아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에어컨 틀고 문 열어놓으면 단속 나오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정반대다"고 말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침방울 등 비말을 통해 전파된다. 통상 비말은 감염자로부터 2m까지 퍼지지만 에어컨·선풍기 등이 일으키는 바람으로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이에 따라 에어컨 사용시 최소 2시간마다 1회, 10분 이상 환기를 권고해왔다. 바람의 방향은 천장·벽 등 사람이 없는 쪽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버스 등 대중교통이나 승합차의 경우 창문을 지속적으로 열어둬야 한다.



불볕더위에 권장사안된 개문냉방…전력난 우려


에어컨을 튼 채 매장 문을 여는 이른바 '개문냉방'은 권장사안이 됐다. 문을 열고 냉방을 하면 전력 소비량은 최대 4배 늘어난다. 코로나 이전 여름철 개문냉방은 단속 사안이었다. 정부는 에너지사용제한 조치를 내리고 위반 업체에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러나 현재 개문냉방에 대한 단속은 없다. 코로나19 방역과 폭염으로 인한 전력난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시에 따라 단속을 하는데 최근 확인한 결과 당분간 그럴 계획이 없다고 한다"며 "예비전력 여유도 있는데다가 코로나 시국에 환기를 해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폭염이다. 기상청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를 내렸다. 행정안전부도 지난 20일부터 폭염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로 격상해 대응에 나섰다.

최고기온 37도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에어컨 사용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8월 중순의 여름 막판 무더위를 앞두고 전력 과부하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서울시는 지난 5월 에어컨 냉방시 창문·출입문 등을 상시 개방하라는 권고 지침을 내렸다가 전력낭비 논란에 최근 현행 지침으로 수정했다.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던 정부는 전력난이 우려되자 원전 3기를 재가동했다.



"방역이 우선, 더위·전력난보다 코로나가 무서워"


/사진=임소연 기자.

일부 시민들은 방역이 우선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 성남시로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윤모씨(32)는 "버스 창문이 열린 채 출근했는데 에어컨을 워낙 세게 틀어 덥지 않았다"며 "예전에는 에어컨 틀고 창문 열면 왜 저러나 싶었는데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이해한다"고 밝혔다. 이어 "더위보다 코로나가 더 무섭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에어컨 관리가 방역에 필요하다고 말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대전 태권도장 에어컨에서 델타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처럼 바이러스가 에어컨에 붙으면 공기 중에 순환돼 공간 내 모두가 감염된다"며 "전력 아끼자고 환기를 안하면 바이러스가 머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기도 1시간마다 한번 창문을 여는 등 더 자주할 필요가 있다"며 "에어컨 청소도 최소 하루·이틀에 한 번, 적어도 주 1~2회는 하는 등 정부 지침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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