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덕(17·경북일고)은 국제대회 경험이 전혀없다. 그것도 고교생 신분으로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 선배들을 제치고 처음 도입된 양궁 혼성팀 대표에 뽑혔다. 그와 짝을 맞춘 여자대표팀 막내 안산(20·광주여대) 역시 쟁쟁한 언니들을 제치고 한국에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다.
이처럼 온나라를 흥분케한 '무서운 막내'들의 선전과 관련, 오로지 실력만으로 대표를 선발하는 한국양궁의 철저한 '원칙주의'가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는 것은 과거 올림픽 등 국제대회 성적이나 외부의 주관적 판단을 일체 배제하는 '공정한 시스템'이 자리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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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1년' 연기…'출전' 국가대표 다시 뽑다━
그러면서 협회는 2020년 6월 진행 중이던 국가대표 선발전을 재개하기로 결정, 대상 선수들에게 올림픽 출전권이 아닌 2020년 국가대표 자격만 부여한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대표는 올 초 새로 뽑았다. 지난해 국가대표 자격을 얻은 선수들은 억울할 수 있었지만 협회는 올림픽이 열리는 2021년을 기준으로 최고 기량의 선수를 대표로 선발한다는 원칙을 우선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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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신궁' 김제덕…韓 양궁 아니었다면 못 봤다━
사상 첫 혼성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제덕(17·경북일고)과 안산(20·광주여대·이상 여자부)이 최고의 기량을 입증한 주인공들이다. 이 외에 '에이스' 김우진(29·청주시청)을 비롯해, '맏형' 오진혁(40·현대제철), 강채영(25·현대모비스), 장민희(22·인천대)도 올해초 어려운 바늘구멍을 통과했다.
특히 김제덕의 활약은 한국 양궁협회의 뚝심이 없었다면 볼 수 없었다. 김제덕은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어깨 부상으로 낙마했다. 김제덕은 올해 재개된 선발전에서 기량을 유감 없이 발휘했고 만 17세 나이로 대회 금메달을 따내면서 양궁계의 신뢰에 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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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는 없다…기보배·장혜진도 '동일선상 경쟁━
실제 양궁 대표 선발과정을 보면 잔인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원칙을 지킨다. '전관예우' 역시 없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기보배(광주광역시청), 장혜진(LH)이 당초 2020년 선발전에서 탈락했다가 선발전 재개최로 한 차례 더 기회를 잡았음에도 또 다시 고배를 마셨을 정도다.
협회는 동등한 경쟁을 위해 2019년부터 기존 국가대표도 별도 혜택 없이 1차 선발전부터 참여하도록 했다. 2018년까지는 기존 국가대표의 경우 1·2차 선발전을 건너뛰고 3차 선발전부터 출전했다.
한국 체육계의 고질병을 꼽히는 '학연', '연줄' 등을 기반으로 한 이른바 '계파' 논란도 양궁계에선 통하지 않는다. 선수들이 대체로 협회에 높은 신뢰를 보내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올림픽 선발전 연기도 협회가 장기간 쌓아온 두터운 신뢰와 원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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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자 우대'도 없다…오로지 '실력' 또 '실력'━
'연장자' 우대도 없다. 양궁 혼성전이 대표적이다. 최고의 선수를 내세운다는 원칙에 따라 한국 양궁 대표님은 '만 17세' 김제덕과 '만 20세' 안산을 혼성전 대표로 선발했다.
이번 대회에서 혼성전 금메달을 따면 '사상 첫 혼성전 금메달리스트'로 역사에 기록되는만큼 세계적인 선수들이 욕심을 냈다. 또 사상 첫 양궁 3관왕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혼성전 대표 선수 자격은 남녀 대표팀 '막내'들에게 돌아갔다. 김제덕과 안산이 이달 23일 열린 남녀 개인 랭킹라운드에서 각각 688점과 680점을 쏴 전체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경험과 경륜을 이유로 선배들이 차리하던 주요 자리를 최고의 기록을 낸 '막내'들을 위한 공간으로 열어준 셈이다.
협회는 "매년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최고 기량의 선수를 선발한다는 원칙이 있다. 1·2차 선발전을 통과한 선수들이 있지만 올림픽이 연기됐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는 해(2021년)의 대표 선발을 다시 하는 것으로 이사회에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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