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뜨지 않네"…도쿄올림픽에서 사라진 것들

머니투데이 이지윤 기자, 황시영 기자 | 2021.07.23 04:45

(상보)2020 도쿄올림픽이 이전과 다른 점은

21일 일본 후쿠시마 아즈마 스타디움에서 여자 소프트볼 일본-호주전으로 도쿄올림픽 첫 경기가 시작됐다. /사진=AFP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한 차례 연기된 2020 도쿄올림픽이 오늘(23일) 오후 8시 공식적으로 개막한다. 1년이 미뤄졌지만 델타 변이로 인해 일본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감염 재확산세를 보이는 가운데, 올림픽 열기는 이전 대회들과는 다르다. 경기장 풍경도, 선수들 행동도, 현지인들의 반응도, 그리고 올림픽을 홍보에 활용해온 기업들 움직임도 다 그렇다.



없애고, 줄이고, 안 가고…


이번 도쿄올림픽은 1896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관객을 받지 않는다. 코로나19 긴급사태 선언이 내려진 개최지 도쿄는 물론 수도권인 사이타마·가나가와·지바, 여기에 후쿠시마와 홋카이도까지 무관중을 결정하면서 97% 경기는 빈 경기장에서 치러진다.

개회식 역시 관객 없이 조용하게 진행된다. 주최 측에 따르면 참석할 내외빈은 950명으로 당초 계획이었던 1만명의 10분의 1로 축소됐다. 해외 정상급 인사는 차기 대회를 치르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해 20명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일이 무산됐다.

이번 대회에 공 들여온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마저 개막식에 안 가는 것으로 전해져 현지 비난 여론도 들린다. 도쿄올림픽 명예 총재인 나루히토 일왕은 개회 선언에선 '축하' 문구를 뺄 것으로 전해졌다.

각국 선수단의 입장 행진도 예전같지 않다. 한국 선수단은 354명이지만 50명만 개회식에 간다. 613명을 파견한 미국에선 그나마 많은 230명 이상이 나온다. 방역 지침에 따라 아직 일본에 들어오지 않은 선수들도 많다. 선수촌 이용자는 경기 시작 5일 전 입촌이 가능하고 경기를 마친 뒤 2일 안에 나가야 한다.



경기장엔 '가짜 함성', 메달은 '셀프'


선수들은 매일 아침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다. 타액 샘플을 먼저 제출한 뒤 양성 반응이 나오면 정확도가 높은 유전자증폭(PCR) 검사로 이어진다.

선수촌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식사할 때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하고 가급적 혼자 밥을 먹도록 권고된다. 공공장소에서 술을 먹거나 여럿이 함께 음주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없다. 고의로 이를 어기면 최악의 경우 참가 자격을 박탈당한다.

경기장 내 변화도 많다. 개막식에 앞서 열린 지난 21일 여자 소프트볼 일본-호주전에선 양팀이 시차를 두고 입장했고 악수도 하지 않았다. 관중이 없어 경기장엔 선수들이 외치는 구호나 타구음만 울렸다. 이따금 웅성거리는 소리는 들렸는데 일종의 효과음을 구장에 틀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상식에선 선수들이 직접 메달을 목에 건다. 원래 IOC 위원이나 국제스포츠단체 임원 등이 메달을 수여하지만 이번엔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지됐다. 메달을 받는 선수들은 다른 선수들과 악수, 포옹을 할 수 없다.



경제효과? 나쁜 여론에 조용한 기업들


관중까지 받지 않고 현지 여론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이 기대한 경제 파급효과는 커보이지 않는다. 앞서 도쿄올림픽에는 1년 연기 비용을 포함해 올림픽 역사상 최대인 154억달러(약 17조5560억원)가 투입됐다. 무관중으로 치러지기로 결정되며 1조원가량의 판매 입장권까지 환불 조치됐다.

민간연구소인 노무라소켄은 7월 12일부터 6주 동안 발효되는 긴급사태와 무관중 경기로 인해 입장권 판매 및 이와 연동된 소비(교통·숙박 등) 지출이 1309억엔(약 1조3666억원)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Statista)'는 총 2조4133억엔(약 25조원) 규모의 경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히데오 구미노 제일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마이니치신문에 보낸 기고문에서 "티켓이 환불되더라도 결국은 일본인들의 주머니로 되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경제 차원에서는) 손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선수들의 활약이 추후에 지역 인재 양성에도 기여하고 경제적 효과도 낳는다고 말했다.

2020 도쿄 올림픽을 3일 앞둔 20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올림픽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탁구대를 소독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일본 경제계도 이번 올림픽 관련한 특수 기대 수위가 낮고 오히려 몸을 사리고 있다. 토요타는 도쿄올림픽 최고 등급 후원사이지만 관련 TV 광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 올림픽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광고를 하는 게 손해라고 본 것이다. NTT, 후지쓰 등 개막식 불참을 선언한 기업들도 다수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7~18일 진행한 일본 내 여론조사 결과 여전히 올림픽 반대 여론은 55%로 찬성(33%)보다 많았다.

유통가도 일부 기대감을 보이지만 크지 않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무관중 대회인 만큼 일본인들이 TV로 올림픽을 시청할 것이라면서, 유통업계도 판매에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집콕 관전' 수요를 겨냥해 일부 판촉활동을 펼친다고 전했다. 일본 훼미리마트는 그릴 치킨, 게맛살 등 한 손으로 먹을 수 있는 제품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0% 늘었는데, 비슷한 제품을 이달 들어 약 4종 추가했다. 세븐일레븐 재팬은 맥주 등 주류나 안주 재고를 늘리고 있다.

고화질 대형TV는 올림픽을 앞두고 다소 특수를 누린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가전유통점인 빅 카메라에서 이달 첫 주 대형TV 매출은 코로나 지원금이 있었던 지난해 같은 때보다도 10%가량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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