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마음에 안들면 법원 헐뜯기…"대선 주자들이 법치 어지럽혀"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 2021.07.23 05:35
주요 재판에서 여권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올 때마다 유력 정치인들이 사법부나 수사기관을 헐뜯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유죄가 확정되자 대선 주자 사이에서는 "재판을 못믿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비난 내지 비판의 구체적인 근거거는 찾아보기 힘들다. 취재원을 강요해 기소된 기자가 1심 무죄를 받은 때에는 "검찰이 검찰 수사를 방해했다"는 발언도 보였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에 대한 논리적 비판 아닌 불만 표출 식의 발언이 주로 보인다"며 "집권당이 삼권분립을 해치고 사법 불신을 기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경수 '여론 조작' 유죄…지사직 상실



(창원=뉴스1) 여주연 기자 = 댓글 조작 등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오전 경남도청을 나서고 있다. 2021.7.21/뉴스1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21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전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드루킹' 김동원씨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온라인 포털사이트 여론을 조작하는 데 김 지사가 공모했다고 본 1심과 2심 판결이 맞다고 인정한 것이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드루킹 김씨 등의 사무실을 방문해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했는지 여부였다. 유죄 판단을 이끌어낸 주요 증거 중 하나는 개발자 우모씨의 스마트폰이었다. 해당 휴대전화에서 김 전 지사가 사무실에 간 날 오후 8시 7분부터 23분까지 16분 동안 킹크랩이 작동됐다. 이는 법원이 김 전 지사 앞에서 킹크랩을 시연했다는 우씨 진술을 믿은 이유다.

다만 법원은 김 전 지사가 김씨에게 '센다이 총영사직' 제공 의사를 표했다며 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지사는 대법원 판결로 인해 도지사직을 잃었다. 2028년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돼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대법원 비난 이어간 여당 대선 주자들…반성은 없어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2일 오전 부산 연제구 드림워크에서 열린 '젊은 여성암 환자애프터 케어 간담회'에서 암환자들의 지원책 관련 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2021.7.22/뉴스1
김 전 지사는 재판 직후 "대법원 판결 따라 감내할 몫을 감당하겠다"면서도 "법정을 통한 진실 찾기가 막혔다고 진실이 막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믿음 끝까지 가져가겠다"고도 했는데,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부 대선 후보들은 대법원 판단을 믿을 수 없다는 뜻을 일제히 표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본인 페이스북에 "김 지사 유죄판결은 정말 유감"이라며 "드루킹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유죄를 판단한 것은 증거우선주의 법 원칙의 위배"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죄 인정은 엄격한 증거로 증명돼야 한다"며 "과연 이 부분에 있어서 대법원이 엄격했는지 돌이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자신 트위터에 "김경수 경남지사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몹시 아쉽습니다"라며 "진실을 밝히려는 김 지사님의 노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습니다"라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법원이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징역형을 확정했습니다. 참으로 유감입니다"라고 밝혔다.



법조계 "'증거'에 기반한 재판…집권 세력이 삼권분립 해쳐"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캠프사무실에서 이광재 의원과 김영주 의원을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하는 캠프 인선 발표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21.7.13/뉴스1
법조계 인사들은 대선 후보들의 발언을 두고 "위정자들이 법치를 망가뜨리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증거'에 기반한 수사를 했다.

발견한 결정적 증거로는 소셜미디어 '비밀대화방'이 있다. 이 방에서 드루킹 김씨는 김 전 지사에게 '킹크랩 완성도는 98%'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 전 지사는 '고맙습니다' 등 내용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허 특검 스스로도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간다는 원칙을 지켰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유죄에는 "판결은 특검팀이 '과학적 수사'를 성공한 결과"라며 "김 지사는 '바빠서 드루킹의 말이 정확히 무슨말인지 몰랐다'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여러 번 연락하고 방문한 흔적이 나와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법률가는 "대법원 판결도 잘못되면 비판받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 전 총리 등는 별다른 근거도 대지 않고 '대법원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이어서 이유 없는 비난이나 다름없다. 일반 국회의원보다 무게감이 훨씬 높은 대권 주자들이 법치를 어지럽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여권에 불리한 재판 결과가 나오자 사법 기관을 공격하는 모습은 '채널A 사건' 재판에서도 볼 수 있었다. 이동재 기자가 취재원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에 대해 1심 무죄를 받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방해로 전 검사장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못이뤄졌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촉구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국정농단 재판처럼 결과가 여당에 유리하면 재판·수사기관을 칭찬하고 아닐 경우 기관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 이어진다"며 "수사 독립성, 삼권분립을 해치고 사법 불신을 조장하는 집권당이 집권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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