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수십년간의 불황을 한방에 떨쳐버릴 '올림픽 특수'를 기대했다. 2017년 4월 도쿄도는 대회 참가자 및 관중의 소비지출에 의한 경제파급 효과가 2079억엔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가 97%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등 일본은 경제부흥은커녕 막대한 비용부담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국민들의 분위기도 좋지 않아 기업들도 올림픽 관련 특수 기대감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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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만 25조…노무라 "취소보다 강행이 덜 손해"━
앞서 도쿄올림픽에는 1년 연기 비용을 포함해 올림픽 역사상 최대인 154억달러(약 17조5560억원)가 투입됐다. 여기에 도쿄 등 수도권은 물론 홋카이도와 후쿠시마에서 열리는 경기까지 포함해 전체 경기의 97%가 무관중으로 치러지기로 결정되며 1조원가량의 판매 입장권까지 환불 조치됐다.
당초 선수를 비롯해 약 18만명의 외국인들이 일본을 방문해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코로나19 확산에 제동이 걸리지 않자 수차례 입국자 규모를 축소했고 지난달에는 5만3000명까지 줄였다. 팬데믹 속에 활발한 여행과 소비 진작은 꿈도 꿀 수 없다.
민간연구소인 노무라소켄은 7월 12일부터 6주 동안 발효되는 긴급사태와 무관중 경기로 인해 입장권 판매 및 이와 연동된 소비(교통·숙박 등) 지출이 1309억엔(약 1조3666억원)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Statista)'는 총 2조4133억엔(약 25조원) 규모의 경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마저도 '올림픽 완전 취소(4조5151억엔, 약 46조8031억원)' 대신 차선책인 '무관중 개최' 카드를 꺼낸 덕분에 손실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한편 무관객이나 경제적 손실 등에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히데오 구미노 제일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마이니치신문에 보낸 기고문에서 "티켓이 환불되더라도 결국은 일본인들의 주머니로 되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경제 차원에서는) 손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기자의 활약은 국민들에게도 용기를 주고, 일본인 메달리스트가 나오면 해당 종목 붐으로 이어져 몇년 후에라도 지역 인재 양성에도 기여하고 경제적 효과도 낳는다"며 "무관객 개최라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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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올림픽 특수 기대안해…집콕 관전 수요는 늘어날 것"━
토요타는 도쿄올림픽 최고 등급 후원사이지만 관련 TV 광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 올림픽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광고를 하는 게 손해라고 본 것이다. NTT, 후지쓰 등 개막식 불참을 선언한 기업들도 다수다. 유통가도 일부 기대감을 보이지만 크지 않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무관중 대회인 만큼 일본인들이 TV로 올림픽을 시청할 것이라면서, 유통업계도 판매 증가에 큰 기대는 하지는 않지만 '집콕 관전' 수요를 겨냥해 일부 판촉활동을 펼친다고 했다.
일본 훼미리마트는 일본 내 1만5000개 점포에서 공식 응원 상품을 판매 중이다. 그릴 치킨, 게맛살 등 한 손으로 먹을 수 있는 제품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0% 늘었다. 스포츠 관전에도 유용하다고 보고 비슷한 제품을 이달 들어 약 4종 추가했다. 세븐일레븐 재팬은 맥주 등 주류나 안주 재고를 늘리고 있다.
고화질 대형TV는 일본 내에서도 최근 판매가 늘고 있다. 최근 신형 4K TV를 구입한 38세 도쿄 거주자는 "택배 배달된 피자를 한 손에 들고 집에서 새 TV로 올림픽을 관람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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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총리 "취소가 제일 쉽지만 도전이 정부 역할"━
22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이번 올림픽 개회식을 사흘 앞둔 20일 관저에서 미국 WSJ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는 조언을 측근들로부터 여러 차례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취소하는 것이 제일 쉽고, 편한 일"이라며 "도전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라고 올림픽 강행 배경을 설명했다.
도쿄올림픽에 대해 일본 내에선 부정적인 여론이 강하다.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17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벌인 전화 여론조사에선 여전히 연기나 취소를 주장한 사람이 40%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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