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동안 '0건'처리…"공수처 존재 이유, 수사로 증명해야"

머니투데이 김효정 기자 | 2021.07.22 04:58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김진욱 고위공직자수사처장이 17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1.6.17/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6개월을 맞았지만 수사기관으로서 면모를 제대로 보이지 못하고 있다. 6개월 동안 결과를 낸 사건은 한 건도 없다. 중립성 시비도 끊이지 않아 '고위공직자 견제를 위한 독립 수사기관'이라는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6개월간 11건 입건했지만…처리는 '0건'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1월 21일 출범 후 총 11건 수사에 착수했으나 아직 1건도 결론내지 못했다. 지난 4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해직교사 특채 의혹을 '1호 사건'으로 등록한 후 서울시교육청을 압수수색 하는 등 적극 수사에 나서는 모습이었지만 이후 두 달이 지나도록 조 교육감 소환 일정도 잡지 못했다.

허위보고서 작성 및 유출 의혹을 받는 이규원 검사 사건도 마찬가지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성접대 의혹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 면담보고서를 조작하고 언론에 유출한 혐의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3월 이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다.

공수처는 4월 이 사건을 공제3호로 정식 입건하고 이 검사를 세 차례 소환 조사했지만 아직까지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이 검사는 이미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로 다음달 13일 3차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있다.

다만 공수처가 전날부터 이틀에 걸쳐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자택과 청와대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하면서 사건 처리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이 비서관은 이 검사가 허위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공수처는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윤석열 전 검찰총장 수사 방해 의혹 등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6개월간 기준 없는 '문어발식 수사'에 나선 탓에 한 건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김진욱 공수처장은 공수처 출범 당시 공수처의 규모 등을 고려해 연간 3~4건의 사건을 선별해 수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공수처 검사가 당초 계획한 23명의 절반 수준인 13명에 불과한데도 계획보다 3배에 달하는 사건을 가져와 시간만 보내고 있다.


'황제 조사' 논란으로 공정성 시비 자초


공수처의 공정성 및 정치적 중립성 문제도 매번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공수처는 초기부터 이성윤 고검장 '황제 조사'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이 고검장과 이규원 검사가 사건의 공수처 이첩을 요구하면서 검찰 수사의 도피처라는 인식마저 생겼다. 최근에는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부실수사 의혹을 받는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본인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입건한 것을 두고는 '정치적 개입'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대선 주자인 윤 전 총장을 수사해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 아니냐는 비판이다. 김 처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사건 선택은 법률적 판단에 따른 것이며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논란이 없도록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입건 기준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한 데다 수사에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유보부 이첩'으로 불거진 검찰 갈등도 여전히 봉합 못해


검찰과의 갈등도 수사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 징계 관련 자료 등을 대검에 요청했으나 대검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공수처와 검찰은 사건의 이첩 범위를 두고 처음 사이가 틀어졌다. 공수처가 검찰 수사 후 기소 여부는 직접 판단하는 '유보부 이첩'을 주장해서다. 그러나 검찰은 이 고검장 등을 직접 재판에 넘겼다.

이첩 갈등은 중복수사 문제로 이어졌다. 공수처가 김학의 사건과 관련된 문홍성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 사건을 '재재이첩'하라고 요구하면서 사건사무규칙에 따라 이들을 '자동 입건'해서다.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은 유보부 이첩한 사건을 공수처가 다시 이첩 요청하면 입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절차적 문제로 인한 갈등이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피로감만 더해지고 있다. 검찰 견제를 통한 '제 식구 감싸기'를 막는다는 설립 취지도 가려진지 오래다. 이 고검장이나 이 검사 사건에서 신속한 수사와 기소를 결정하려던 것은 오히려 검찰이었다.

검찰 간부 출신 한 변호사는 "공수처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이미 많은 사람이 의문을 갖고 있는데 이는 공수처가 자초한 것"이라며 "공수처가 정권을 위한 수사기구라는 얘기를 듣지 않도록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수사기관을 새로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다, 공수처는 여야가 합의도 하지 못한 채 최악의 상황에서 출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출범 후 6개월동안 공정성 시비나 기소권 갈등 등 공수처가 상황을 악화시킨 면도 있다"고 말했다. 승 위원은 "공수처 존립의 기반은 수사가 돼야 한다"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위해 인적, 물적 설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관계 기관들과의 협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갈등을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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