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은 문 닫는데 영어유치원만 '활짝'"…커지는 발달 격차 우려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 2021.07.20 14:24
개학이 시작된 2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유치원에서 어린이가 등원하고 있다./사진=뉴스1

유아 대상 영어학원(이하 영어유치원)에 7세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A씨(37·서울 강남구)는 거리두기 4단계 지침에도 아이를 등원시키고 있다. A씨는 "지난해 원격수업을 진행해보니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아이의 학습 집중도가 많이 떨어지더라"며 "영어유치원은 학원으로 분류돼 원내 밀집도만 유의하면 수업이 가능하다보니 우려가 되더라도 유치원을 보내는 데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거리두기 4단계 지침을 내리면서 수도권 학교가 전면 원격수업에 돌입했지만 영어유치원 등 학원으로 분류되는 기관은 제외된다. 반면 교육부 관리·감독을 받는 공·사립 유치원은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지난해부터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서 유아 단계에서도 발달·학습 격차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 지역 공·사립유치원은 지난주 정부의 거리두기 방침이 4단계로 상향조정되면서 전면 원격수업에 들어갔다. 문을 여는 유치원들은 방과후 과정만 운영하고 있다. 14일 기준 수도권 유치원 유아 중 15만669명(56.9%)가 방과후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4단계 전환 전과 비교하면 4만2110명이 줄었다.

가정 돌봄이 가능한 유아는 교육방송, 누리과정 포털사이트인 아이누리의 원격수업 콘텐츠들을 활용한다. 일부에서는 줌 등을 활용한 실시간 화상수업도 진행한다.

학부모들은 돌봄과 학습 공백을 우려한다. 유아는 원격수업 집중도가 현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적을 반영한 듯 교육당국은 이번 1학기 등교 방침을 밝히면서 유치원생과 초등 1·2학년 학생은 거리두기 3단계까지 전면 등원·등교하도록 했다. 하지만 거리두기 지침이 4단계로 격상되며 수도권 유치원도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이러한 걱정에서 영어유치원 학부모들은 비교적 자유롭다. 영어유치원의 경우 명칭만 유치원일뿐, 학원으로 등록된 기관이기 때문에 일반 유치원처럼 등원 제한 조치를 적용받지 않는다. 방역 수칙과 밀집도 기준만 지키면 운영이 가능하다. 초·중·고교가 문을 닫더라도 학원은 갈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7세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학부모 B씨(44·경남 김해시)는 코로나19(COVID-19)가 최초로 전파된 지난해 초 이후 1주일 이상 등원을 쉰 적이 없다. B씨는 "지난해 1차 유행 당시 아이를 한 달 간 보내지 않은 적이 있는데, 유치원의 경우 3월 3주차부터는 바로 수업을 재개했다"며 "다른 아이들은 모두 유치원에 가서 주말 보충수업도 받으며 진도를 빼는데 우리 아이만 한 달 쉬는 바람에 손해 보는 느낌이 들어서 4월부터는 유치원에 아이를 보냈다"고 말했다.

영어유치원 역시 휴원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매달 원생 당 100만원을 상회하는 원비를 받아야 원어민 교사 등을 위한 인건비를 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를 서울의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학부모 C씨는 "지난해 코로나19 유행 초기 단계에 휴학 가능여부, 원비 환불에 대한 문의를 했으나 학원 경영의 어려움, 타 재원생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둘 다 어렵다는 답변을 듣고 학비 일부만 할인받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아 단계에서부터 학습·발달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당국은 학원에 대해 자영업과 유사한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영업에 대한 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 방역지침에 따라 유아 영어학원은 수칙을 지키면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교육격차 우려가 커지자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놀이꾸러미를 많이 제작, 발송한 상태이고 유아교육진흥원 홈페이지에 집에서 활용할 교육자료들을 계속 업데이트 시켜왔다"며 "원격수업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콘텐츠를 많이 제공하고 기기 지원 등의 방법을 검토해 내실있는 수업이 이뤄지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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