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뫼비우스의 띠를 닮은 사모펀드 개편안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 2021.07.20 04:24
"사고는 금융사가 쳤는데 벌은 우리가 받게 생겼어요."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촉발된 사모펀드(PEF) 제도 개편 마무리 수순 속 벤처캐피털(VC)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기존 사모펀드 영역에서 활동하던 벤처캐피탈과 창업투자회사, 신기술사업금융회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다.

국회가 사모펀드를 '일반'과 '기관전용'으로 나누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금융위는 하위규정(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잡음은 기관전용 사모펀드를 둘러싼 '플레이어'의 기준을 두고 흘러나왔다.

금융위 원칙은 기관전용 사모펀드 투자자(LP) 자격 강화다. 한국은행이나 기금, 공제회 등 전통적인 '기관투자자'들에 LP자격을 준다. 일반 기업은 상장사만 가능하다. 심지어 국가가 출자한 모태펀드도 빠져있다. 감독규정에 '일정 요건을 갖춘 상장사를 제외한 일반 법인과 개인은 사모펀드 LP가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신기사와 중소VC는 자신들은 소외되고 대형 금융지주만 가능해지는 구조가 된다고 하소연한다. 그동안 기관 사모펀드를 활용한 중소 VC들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를 만들어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 M&A 등을 통해 한계 기업간 통폐합의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기도 했다는 명분이다.


모태펀드나 성장금융 등 정부기관이 출자하는 펀드 가운데 출자자 요건을 '상장사'와 '비상장사'로 나눈 경우는 거의 없다는 항변도 섞여있다. 상장 여부가 아니라 자산규모나 외감대상, 금융투자잔고 50억 이상, VC펀드 출자 경험 등 포트폴리오를 확인하고 중소 중견기업을 위한 VC전용 창구를 열어두는 게 더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사모펀드 사태의 결말이 더 공고한 '금융 관치'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씁쓸함으로 귀결된다. 한 VC 대표는 "사모펀드 사태 주범은 자산운용사와 은행, 증권사인데 정작 주변부에서 열심히 벤처를 키우기 위해 사모펀드를 활용해 온 벤처 업계가 배제당하는 거 아닌가"하고 언급했다.

돌아보면 '사모펀드 사태'는 생소한 운용사와 금융지주의 자본력이 결합해 판을 키운 결과물이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또다시 '자산규모'로 운용을 맡기겠다고 한다. 문득 사모펀드 개편안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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