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속 계속 오르는 美국채…'미스터리 랠리' 언제까지?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21.07.19 04:41
워싱턴 DC의 연준 건물 /사진=블룸버그
미국 물가가 십수년 내 가장 빠른 속도로 뛰고 있지만 미국 국채 가격이 함께 오르는 '낯선'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통상 인플레이션이 빨라지면 채권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짐에도 미국 국채가 랠리를 지속하자 이런 이례적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분석들이 뒤따른다.

미국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16일 1.29%대로 한 주전 1.36%, 지난달 말 1.47% 대비 하락세(국채 가격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3월 1.7%대까지 올랐던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4월 후 횡보하다 최근 들어 급격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건 최근 경제지표가 채권 금리를 끌어 올리는 방향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008년 후 가장 큰 5.4%란 상승률을 기록하며 5월 상승률(5%)과 전문가 예상(4.9%)을 모두 웃돈 게 대표적이다.

통상 인플레이션은 채권 가격에 '나쁜 뉴스'다. 쿠폰 이자 등 고정된 수익을 제공하는 채권의 투자 수익을 사실상 줄어들게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존 채권의 가치가 더 높은 금리에 발행되는 신규 채권에 비해 떨어지게 된다는 점에서도 채권 투자자 입장에선 반기기 어려운 요인이다.

그러나 최근 몇 달간 이런 통념이 현실에서는 적용되지 않았다. 전세계 기준물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주 1.3% 밑으로 내려가며 올해 2월 후 저점으로 떨어졌다. 알리안츠 글로벌인베스터스의 마이크 리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해하기 어려운 많은 일들이 지속되고 있다"며 "겉으로 보기에 이 움직임은 직관에 어긋난다"고 했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시장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란 시장의 신뢰가 높아졌다고 추정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준의 통화긴축 선회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거라고 시사하면서도 물가 급등을 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해 왔다.

제임스 애시 애버딘스탠다드 채권 펀드 매니저는 "연준은 시장이 걱정하는 더 극단적 시나리오를 효과적으로 없애 왔다"며 "금리인상 기대가 늘어날수록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가능할 거란 예상이 작어진다"고 했다. 델타 변이로 인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재확산 등이 연초에 조성된 경기 회복 낙관론을 약화시킨 점도 국채 금리 하락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의 금리 하락세가 펀더멘털을 반영한 것 치고는 너무 가파르다는 점에서 시장은 다른 요인들이 하락세를 증폭시켰고 본다. 인플레이션을 뺀 10년물 실질금리(TIPS)는 3월 고점 -0.59%에서 최근 -1%대까지 하락했는데 이는 지난해 팬데믹 발생 직후와 유사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의 미 국채 숏(매도)커버링을 빨라진 미 국채 금리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다. 올해 1분기 다수의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 재개 등으로 인해 미 장기 국채 금리 상승 및 장단기 금리차 확대에 베팅했다. 그러나 시장이 이 전망과 반대로 움직여 손실이 늘어나자 이 포지션 청산, 즉 미 국채를 사서 갚는 거래가 증가했고 이런 거래가 몰려 금리 하락세가 증폭됐다는 설명이다. JP모건체이스의 가장 최근 주간 조사에 따르면 미 국채 숏포지션을 취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은 23%로 지난달 중순 33%에서 줄었다.

외국 투자자들 및 연기금의 미 국채 매수도 랠리의 이유로 꼽힌다. 레이 레미 다이와 캐피탈 마킷의 채권 부문 공동 대표는 블룸버그 통신에 연준의 월 800억달러 규모 미 국채 매입과 더불어 미 국채의 수익률이 유럽이나 아시아 국채에 비해 높은 수준이란 점을 미 국채 금리 하락의 주 요인으로 봤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이 해외 및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를 지탱시켜 주고 있다는 의미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해 미 국채를 순매도했다가 올해 3월 약 1190억달러 순매수로 전환한 뒤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연기금의 미 국채 매수도 증가세다.

계절적 요인의 영향이 있다는 추론도 있다. 미 국채는 통상 7~8월에 랠리를 기록해 왔다. 회사채 매각이 줄어들고 일본 투자자들의 매입이 이 시기에 늘어나기 때문이다. 프리야 미스라 TD증권 금리 투자전략 대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7월과 8월 각각 4bp(1bp=0.01%포인트), 16bp 하락했다.

미 국채 숏커버링이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은 미 국채 랠리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벤 제프리 BMO 캐피탈 투자전략가는 앞으로 수주간 10년물 금리가 1.21%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연말까지는 미 국채 장기물 금리가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아직은 월가에서 우세하다. 변동성이 커질 수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금리 상승 전망을 지지하는 쪽으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연준이 테이퍼링 일정의 윤곽을 드러낼 경우 금리인상 경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질 수 있고, 임금인상 압력 및 주택 임대료 인상 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점 등에서다. 미스라 대표는 당장 포지션을 조정하지는 않겠다면서도 "여전히 10년물 금리가 연말 2%로 올라갈 것이라 전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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