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디지털 공정경제'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온라인 영향력을 넓히려는 공정위의 행보가 규제 일변도로 흐르면서다. 시장 상황과 엇나가는 규제가 이어지다 보니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IT(정보통신)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15일 IT 업계에 따르면 요기요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코리아)는 지난 13일 공정위에 매각시한 연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DH의 '배달의민족' 인수·합병(M&A)에 공정위가 내건 요기요 6개월 내 매각 조건이 불발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12월 조건부 M&A 승인이 발표됐을 때도 시장에서는 이를 공정위의 오판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짙었다. 당시 쿠팡은 불과 1년 만에 이용자가 300% 이상 증가하는 급격한 성장세였지만, 공정위는 이를 외면했다. 공정위는 "신규 진입자가 가까운 시일(2년) 내에 충분한 경쟁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쿠팡이츠는 단건배달을 앞세워 불과 반년 만에 배민과 양강구도를 형성했고, 점유율이 빠진 요기요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2조원에 달했던 요기요의 시장가가 5000억원으로 급전 직하했다. 공정위가 격변하는 배달앱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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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법'으로 C2C 업체 씨 말릴 뻔…비판 이어지자 원상복구 ━
지난 3월 논란이 됐던 전자상거래법 개정안도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공정위의 규제 인식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정위는 당근마켓 등 C2C(개인간 거래) 업체가 주소·실명·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분쟁 발생 시에는 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곧 C2C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반발에 직면했다. 1만원 이내의 중고거래나 무료 나눔까지 이름·주소를 넣어가며 서비스를 이용할 소비자가 어디있냐는 것이다. 지난해 5900만여건의 비실명거래 중 분쟁 조정 신청 건수는 368건에 그쳤지만, 공정위 입법 추진에 이 같은 사실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정안 권고를 통해 "중개서비스라는 본질적인 기능 수행에는 연락처와 거래정보만 수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향후 개인정보 수집을 최소화하는 사업모델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제동을 걸었다. 공정위가 놓친 온라인 플랫폼의 성격을 짚어준 것인데 비판이 거듭되자 공정위는 연락처만 수집하기로 입장을 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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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막는 '사전 규제'에 업계 불만↑…"공정위 움직임은 시기상조"━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를 막고 투명한 계약을 의무화한다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도 업계 반발에 직면했다. 온플법이 사전 규제의 형태를 취하면서 변동성이 큰 온라인 시장에서 플랫폼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온플법의 모델로 든 EU(유럽연합) 역시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지배적 사업자여서 자체 플랫폼이 자리잡은 국내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
지난해 네이버의 부동산 서비스와 관련해 시정 명령과 약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도 여전히 논란속에 있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카카오의 시장 접근을 막았다고 봤지만,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경쟁사가 이용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혁신이 없으면 쉽게 도태되는 디지털 비즈니스의 특성을 공정위가 외면한다고 지적한다. 기존 경쟁법과 같은 규제틀로는 시장 활성화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법은 항상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는데 지금 온라인 시장은 실패했거나 최악의 상황이라는 증거가 없다"며 "공정위가 말하는 우려 만으로 법을 만드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플랫폼이 소비자와 호흡하며 스스로 규제를 하도록 하고, 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개입을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 교수는 "공정위가 너무 급하고 거친 규제를 하고 있어 플랫폼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규제를 하려면 충분한 연구와 이해를 바탕으로 스마트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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